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세포 재활용 시스템’의 작동 스위치를 최초로 밝혀냈다.
KBSI 표적치료기술연구단 이철중 박사팀은 가톨릭대 조용연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암세포 생존을 돕는 세포 재활용 시스템 작동 스위치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새로운 난치성 암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인산화가 세포 내 단백질 이동 경로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자가포식과 암세포 생존 전략이 결정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부 손상 단백질과 노폐물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정상 세포는 항상성 유지 기능을 담당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생존 전략으로 활용한다.
특히 흑색종처럼 악성도가 높은 암은 자가포식을 이용해 항암치료 스트레스를 견디는 특성이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백질 인산화 효소인 ‘RPS6KA3(RSK2)‘와 자가포식 조절 단백질인 ’DRAM2‘ 상호작용이다.
연구팀은 RSK2가 DRAM2를 특정 위치(Ser263)에서 인산화하면 DRAM2가 리소좀으로 이동해 자가포식을 활성화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인산화를 차단하면 DRAM2는 세포막 주변으로 이동해 자가포식을 줄이는 대신 엑소좀 분비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 성장도 크게 억제했다.
그동안 DRAM2가 자가포식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으나 세포 내부 이동 경로와 기능 조절 메커니즘은 밝히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DRAM2 인산화 여부가 단백질 이동 경로 자체를 바꾼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에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면역침강-질량분석(IP-MS/MS), 인산화 분석, 공초점 현미경, 면역전자현미경, 나노입자 추적 분석(NTA) 등 다양한 첨단 분석기술로 DRAM2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고분해능 질량분석 기반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으로 RSK2가 DRAM2를 직접 인산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인산화를 차단한 DRAM2가 리소좀 대신 세포막 인근에 축적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인산화를 차단한 DRAM2 변이체를 발현한 흑색종 세포는 종양 성장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자가포식 현상을 관찰한 수준을 넘어 단백질 이동 경로 자체가 암세포 생존 전략을 결정한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의의가 크다.
특히 자가포식 조절 메커니즘과 엑소좀 분비 경로를 동시에 제어하는 새로운 항암 접근법 가능성을 제시해 자가포식 의존성이 높은 흑색종뿐 아닌 췌장암, 폐암 등 다른 난치성 암으로 연구를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박사는 “단백질 세포 내 이동 조절이 자가포식 활성과 암세포 생존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한 성과"라며 ”향후 흑색종을 포함한 자가포식 의존성 암 치료 전략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RSK2-DRAM2 신호전달 경로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가포식 표적 항암치료 전략 개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Autophagy’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RPS6KA3/RSK2-mediated phosphorylation of DRAM2 promotes lysosomal targeting and autophagic flux in melanoma / 제1저자: KBSI 이가은·남수빈(공동제1저자), 가톨릭대 조용연(공동교신저자), KBSI 방글·이철중(공동교신저자(IF=14.3, JCR 상위 7.84%))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