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3일 (4)
꿈이라면 깨고 싶은 추악한 부모의 얼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쿡리뷰]

꿈이라면 깨고 싶은 추악한 부모의 얼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쿡리뷰]

승인 2022-04-21 06:35:02 수정 2022-04-21 07:29:18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는 관객의 기대를 번번이 배반하며 제 갈 길을 바쁘게 간다.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가해자 부모들의 민낯을 작정하고 따라다니며 끝까지 보여준다. 점차 분노 강도를 높여가던 이야기는 허탈해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제목처럼 처음엔 궁금했던 얼굴들이 나중엔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한 국제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을 마주한 가해자 부모의 이야기를 다뤘다. 처음엔 가벼운 사고인 줄 알았다. 한 학생이 호수에 투신해 의식 불명이 됐다. 그가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엔 자신을 괴롭힌 네 명의 학생 이름이 적혀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를 은폐하고 사건을 덮으려 한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사망하고, 참지 못한 담임 선생님은 이 사실을 세상에 고발한다. 학부모들은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는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짐승의 마음을 가진 인물들이 잔뜩 등장한다. 학교 폭력 사건에 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지, 사건이 왜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넘어가는지, 왜 누군가 1인 시위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는지 등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보면 순식간에 이해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접견 변호사인 강호창(설경구)은 주인공으로 사건을 소개하는 동시에 사건을 어떻게든 조금 나은 방향으로 해결할 거란 희망을 주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선택들이 모두 옳은 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관객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계속해서 이 인물을 믿고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 역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컷

쉽고 재밌게 갈 수 있는 전개를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이 눈에 띄는 영화다. 기존 학교 폭력 영화에서 많이 봤던, 그리고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다룰 거란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난다.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학교 폭력의 특징을 잘 반영해, 선악을 구분하거나 누군가 한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사회의 정의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가해자 부모들의 고민과 결정들을 볼수록 피해 학생과 그의 가족이 겪는 분노와 억울함에 이입하게 된다.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특정 인물을 편애하지 않는 전개 역시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돕는다.

2012년에 공연된 동명의 일본 희곡을 영화화했다. 일본 작품 특유의 사회를 바라보는 비정하고 냉정한 시선이 영화에도 남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017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배우 오달수의 미투 논란과 정유안의 성추행 논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5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그럼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날카로운 메시지는 시간의 흐름에 풍화되지 않고 남아 있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프로필 사진
이준범 기자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