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 소식이 맞물리며 10% 넘게 급락했다. 역대 4번째 하락률로, 이날 양 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발동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84%(732.09포인트) 폭락한 6023.6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992.91까지 떨어지면서 6000선 지지대가 잠시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개장과 동시에 시장은 큰 폭으로 빠졌다. 오전 9시6분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42번째 사이드카이자 22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발동 시점 코스피200 선물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42%(68.80p) 하락한 1001.54로 확인됐다.
이후 코스피는 낙폭을 확대하면서 오전 10시13분 서킷브래이커까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02%(542.24포인트) 하락한 6213.51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만 3번째 서킷브레이커다. 올해 들어서는 8회에 달한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7.72%(59.01포인트) 급락한 705.8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전 9시14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뒤 오후 12시1분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점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09%(61.95포인트) 떨어진 702.91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3번째 서킷브레이커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발동된 사례는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3월4일 이란 전쟁 사태, 6월8일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반도체주 급락, 이날 반도체 관련주 약세 등 원인에 두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나타났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이날보다 일일 거래일 기준 더 높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 3월4일(이란전쟁, -12.1%), 2001년 9월12일(9·11테러, -12%), 2000년 4월17일(닷컴버블, -11.6%) 등 단 거래일 뿐이었다”면서 “역사에 기록될 수준의 급락”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9914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 6월29일(7조7560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조3273억원, 6331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홀로 1345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14억원, 828억원 순매수했다.
삼전·닉스 14%대 폭락…올해 들어 가장 많이 빠졌다
국내 증시가 검은 화요일 장세를 연출한 가운데 그동안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던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이 거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3.39%, 14.65% 하락한 22만원, 155만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전자가 22만원대서 마감한 건 건 지난 4월30일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5월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날 하락률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같은 기준 SK하이닉스는 2번째로 큰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기록한 역대 1위 하락률(-15.37%)과는 약 1%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다.
미국발 반도체 종목 약세장과 중국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맞물린 것이 반도체주 급락 배경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3% 내린 1만1554.88에 장을 마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DUV 노광장비 양산 보도가 전해지자 반도체 투자심리가 위축됐”며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차익실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우려 과도해…“시장 공급 과잉 가능성은 제한적”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MXT)가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증설을 예고하는 점에서 D램 공급이 과잉될 것으로 우려한다.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기업 경쟁 심화로 국내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CXMT의 공격적인 설비투자 증설 시도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시도가 D램 시장 전반의 공급 과잉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CXMT의 물량 증설분은 화웨이나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대부분 중국 업체의 AI 인프라 증설과 내수 IT 기기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미미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 업체향 장기 공급 계약(LTA)을 중심으로 AI 서버향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CXMT와 주력 고객층이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