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 자생한방병원 공동 고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생한방병원에서 부적정 보험금 청구 정황을 확인한 뒤 보험사들이 보유한 자료를 한데 모아 공동으로 수사를 의뢰하자는 취지였다.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개별적으로 수사를 의뢰했지만 확보한 자료가 제한적이어서 사건이 진척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여러 보험사가 자료를 취합하면서 수사의 실효성을 높였다.
이후 4개 손보사는 지난 4월 공동 고소장을 제출했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처방기록과 원외탕전실 조제기록 등을 확보해 조직적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정 병원의 보험사기 의혹을 넘어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보험금 누수 차단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를 국민이 부담하는 자동차보험료를 높이는 대표적인 민생 범죄로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잉진료와 허위 청구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의료기관을 통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며 “관련 법령과 의료기준에 따라 환자별 처방전을 바탕으로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비슷한 내용의 고소·고발도 과거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또는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자동차보험 사기 늘자 AI 적발체계도 구축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단속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자동차보험 보험사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5724억원으로 2023년 5476억원, 2024년 5704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했다.
보험사기로 지급된 과도한 보험금은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통상 손해율 80%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실제 지난해에도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자동차보험료가 1.3~1.4% 인상됐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적발 체계도 손질하고 있다. 기관별로 흩어진 정보를 단순히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범정부 통합 플랫폼에서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보이스피싱 대응에 활용 중인 ASAP 플랫폼에 보험사기 대응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와 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데이터를 연계한 뒤 AI를 활용해 공모 관계와 반복 청구 패턴을 분석하고 조직형 보험사기를 조기에 적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확인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보험사기 단속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보험사기 적발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에서 병원과 보험업 종사자가 주도하는 조직형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유관기관 공조를 강화하고 기획조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병원만 잡아선 한계…물적 담보는 여전히 사각지대
다만 자동차보험 보험금 누수는 병원 진료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차량 수리비와 견인비, 렌터카 비용 등 물적 담보에서도 지급 보험금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의료기관이 연루된 보험사기와 달리 당국 차원의 조사나 제도 개선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은 8조1932억원으로 5년 전보다 약 3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고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수리비와 렌터카 비용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이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대표적인 누수 사례로 꼽는 것은 과잉 수리다. 사고로 손상된 부위 외에 기존 흠집까지 함께 수리하거나 교체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같은 차종을 비슷한 수준으로 수리해도 직영사업소와 일반 정비업체 간 수리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견인업체와 정비업체, 렌터카 업체가 고객을 서로 소개하고 대가를 주고받는 관행도 보험금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사고 차량을 특정 정비업체에 입고시키거나 특정 렌터카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뒤 관련 비용을 보험금에 반영하는 구조다. 차량 래핑이나 유리막 코팅처럼 수리비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항목에서 과도한 비용이 청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비업체와 연계된 업체가 래핑이나 유리막 코팅 비용 등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자동차보험 누수를 줄이려면 의료 분야뿐 아니라 차량 수리 과정의 물적 담보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