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5일 (3)
삼성전기·LG이노텍도 AI ERP 전환…SAP, 韓 제조업 ‘자율형 기업’ 띄운다

삼성전기·LG이노텍도 AI ERP 전환…SAP, 韓 제조업 ‘자율형 기업’ 띄운다

승인 2026-07-14 16: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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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SAP코리아 제공
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SAP코리아 제공
SAP코리아가 기업 운영의 핵심축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에 맡기는 ‘자율형 기업’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기는 이 전략을 실제 시스템 전환에 적용해 비용을 60% 이상 줄인 사례를 발표했다.

SAP코리아는 1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자율형 기업’을 주제로 한 연례 행사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을 열고 이 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자율형 기업은 AI가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거버넌스에 직접 관여해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고 판단해 실행까지 맡는 운영 모델이다. 사람은 반복 업무 대신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다.

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 및 비즈니스 AI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는 기조연설에서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프로세스 및 산업 지식, 의미가 풍부한 비즈니스 데이터, 그리고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형 기업은 사용자가 여러 시스템을 오갈 필요 없이 업무를 시작하는 단일 관문 쥴(Joule), 재무·구매·공급망·HR·고객 영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SAP 자율형 스위트, 산업별 규제와 프로세스를 내재한 SAP 인더스트리 AI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박준호 삼성전기 그룹장(왼쪽)과 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질의응답을 위해 앉아있다. 이혜민 기자
박준호 삼성전기 그룹장(왼쪽)과 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질의응답을 위해 앉아있다. 이혜민 기자
삼성전기, 국내 첫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모델… 비가동시간 76% 단축

이날 가장 눈길을 끈 발표는 삼성전기 사례였다. 삼성전기 ERP·SCM 담당 그룹장은 SAP S/4HANA 기반 차세대 ERP 전환 과정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다. 당초 144시간으로 예상됐던 ERP 비가동 시간을 시스템 전환 최적화 기술로 34시간까지, 76% 줄였다. ERP가 멈춘 동안에도 임시 서버와 보완 시스템으로 생산 설비를 그대로 가동해 제조라인 중단 없이 전환을 마쳤다.

박준호 그룹장은 “ERP 전환은 마치 심장이식 수술과 같다”며 “국내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제조라인 중단 없는 전환을 완수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프로젝트로 전체 업무 프로세스의 약 40%를 줄였고, 차세대 ERP 구축에 들어간 총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약 62%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전환에 앞서 기존 ERP의 불필요한 기능부터 걷어내고, 출하·결산·재무·원가·제조 등 핵심 업무를 SAP 표준 기능으로 통합한 결과다. 삼성전기는 SCM 계획부터 ERP 실행, AI 분석까지 이어지는 완전 자동화 체계를 2028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다.

패널토의에서 박 그룹장은 재무·물류 데이터에 공장 생산 데이터(MES), 공급망 데이터(SCM)까지 한곳에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건 쉽지만, 각기 다른 생태계의 레거시로 연결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여러 부서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단순히 옮겨 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서로 다른 기준으로 쌓인 데이터를 실제로 앞뒤가 맞게 정리하는 작업이 훨씬 까다로웠다는 뜻이다.

보안 문제는 삼성SDS와 4년간 함께 일한 경험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AI 비서 쥴을 활용해 “SAP 특정 모듈을 20년 가까이 컨설팅한 전문가도 찾지 못한 답을 1분 만에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LG이노텍, “클린 코어 전략으로 표준화… AI 적용 기반 확보”

LG이노텍도 이날 자체 차세대 ERP인 ‘이노 ERP’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박준기 LG이노텍 차세대 ERP 추진실 실장은 회사만의 맞춤 기능을 최대한 줄이고, SAP가 기본 제공하는 기능을 그대로 쓰는 ‘클린 코어’ 전략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기가 쉬워진다.

ERP를 중심으로 생산계획, 사업계획, 재무·세무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했다. 또 SAP의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회사가 기존에 쓰던 데이터브릭스(데이터 분석 플랫폼)와 연결해, 데이터를 따로 복사하지 않고도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비서 쥴이 자재 수요 예측, 구매 요청, 납품 지연 위험 감지 등에 활용되고 있다.

박 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며 “최종 성과가 모두 공개된 단계는 아니지만, 시스템 유지 부담을 줄이고 사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것”

두 회사 모두 AI를 잘 쓰려면 먼저 업무 절차 자체가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그룹장은 “한때는 시스템이 모든 걸 대체해줄 거라 믿었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며 “결국 사람과 AI 시스템이 협업하는 ‘휴먼 인 더 루프’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휴먼 인 더 루프는 AI가 자동으로 일을 처리하되,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최종 확인하는 방식을 뜻한다.

박 그룹장은 “판매 목표나 경영계획처럼 정성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사람의 몫이고, 데이터를 추출·분석해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일은 AI가 훨씬 빠르다”며 “다만 이 협업은 결국 프로세스 위에서 돌아간다. 프로세스 경쟁력이 없으면 AI가 아무리 빨라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 모두 AI 도입의 전제로 ‘프로세스 경쟁력’을 꼽았다. 박 그룹장은 패널토의에서 “한때는 시스템이 모든 걸 대체해줄 거라 믿었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며 “결국 사람과 AI 시스템이 협업하는 ‘휴먼 인 더 루프’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 목표나 경영계획처럼 정성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사람의 몫이고, 데이터를 추출·분석해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일은 AI가 훨씬 빠르다”며 “다만 이 협업은 결국 프로세스 위에서 돌아간다. 프로세스 경쟁력이 없으면 AI가 아무리 빨라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는 비용 문제도 나왔다.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이용료에 자율형 기업 솔루션까지 더해지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 박 그룹장은 “AI 도입 초반에는 비용이 하나 더 얹어지는 느낌이었지만, 시스템 운영비는 크게 코어와 사용자 화면(UX) 비용으로 나뉘는데 AI 채팅형 인터페이스가 확산하면서 수많은 화면에 접속해 데이터를 내려받던 UX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겼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AI 투자는 프로세스 경쟁력과 성과, ROI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도 이날 자율형 기업 도입 사례를 공유했다. 지기성 삼성SDS 부사장은 회사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자율형 기업 전략의 실현 사례를 발표했고, 현대오토에버는 엑셀과 이메일로 하던 회계 분석 업무를 AI로 자동화한 시범 사업 사례를 소개했다.

오후에는 실무 분야별 4개 트랙에서 41개 세션이 이어졌다. AI 기반 운영 혁신, AI·데이터·플랫폼 통합, 산업별 도입 사례, AI 전환 지원 서비스 등을 주제로 실무진에게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안내했다. 행사장에는 참가자가 자율형 기업 여정을 직접 체험하는 ‘가이드 투어’와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보는 ‘에이전트 랩’ 체험존도 마련됐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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