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4대 금융 ‘유리천장’ 여전…여성 임원 100명 중 9명뿐

4대 금융 ‘유리천장’ 여전…여성 임원 100명 중 9명뿐

승인 2026-07-09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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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여성 임직원이 더 많았지만,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유리천장’ 현상은 여전했다.

8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임원 1041명 가운데 여성은 97명(9.1%)으로 집계됐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금융지주는 우리금융(11.1%)이었다. 하나금융은 6.1%로 가장 낮았다.

우리금융은 전체 임직원 1만9373명 가운데 여성은 1만109명, 남성은 9264명으로 여성 직원이 더 많았다. 그러나 경영진(임원~본부장) 직급에서는 전체 325명 중 남성 289명, 여성 36명으로 여성 비율이 11.1%에 그쳤다. 그나마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여성 경영진 비율은 2023년 7.1%, 2024년 7.7%, 2025년 11.1%로 꾸준히 상승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역전 현상은 점차 뚜렷해졌다. 과장 미만 직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62.4%로 남성보다 많았고, 과장급에서도 여성 비중이 55.0%로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부장~차장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43.0%로 낮아지며 남성 비중이 여성을 앞질렀다.

신한금융은 전체 임직원 2만2711명 가운데 남성 1만2411명, 여성 1만300명으로 남성 직원이 더 많았다. 지난해 기준 임원 271명 중 여성은 26명(9.6%)로 집계됐다. 여성 임원 비율은 2022년 8.5%, 2023년 9.0%, 2024년 10.3%로 지속 상승하다 지난해 소폭 하락했다.

신한금융 역시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중이 감소했다. 과장 미만 직급에서 여성 5956명, 남성 3334명으로 여성 비중이 64.1%에 달했다. 그러나 과장~부부장 직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35.8%로 낮아졌고, 임원 직전인 부서장급에서는 17.2%까지 떨어졌다.

KB금융은 전체 임직원 2만5806명 가운데 여성이 1만3700명으로 남성(1만2106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임원 218명 중 여성은 21명(9.6%)에 그쳤다. KB금융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23년 7.6%, 2024년 8.0%, 2025년 9.6%로 증가 추세다. 은행·증권·손보·카드·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여성 경영진 비율은 2023년 9.2%, 2024년 10.9%, 2025년 13.9%까지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전체 임직원 내 여성 비중이 55.9%로 4대 금융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가장 낮았다. 전체 임원 231명 가운데 여성은 14명으로 6.1%에 그쳤다. 4대 금융 중 최저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23년 5.6%, 2024년 5.0%, 2025년 6.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 역시 낮은 직급일수록 여성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기준 비관리직 여성 비율은 69%, 하급 관리직은 48.7%, 중간 관리직은 18.6%였다. 다만 중간 관리직 여성 비율은 2023년 18.6%에서 2024년 26.5%, 2025년 30.6%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고용 50%, 임원 비율 15%, 전체 관리직 비율 50%, 주니어 관리직 비율 5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장기 목표 세우고 여성 리더 육성 ‘속도’

각 금융지주는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KB Diversity(다양성) 2027’ 로드맵에 따라 내년까지 은행·증권·손해보험·카드·라이프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여성 경영진 비율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2040년 성 다양성 목표’를 새롭게 수립하고, 지난해 주요 6개 자회사 기준 15%인 여성 경영진 비율을 오는 204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2018년 금융권 최초로 도입된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를 통해 멘토링과 코칭, 리더십 교육 등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도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그룹 공통 연수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임원 비율 15%, 전체 관리직 비율 50%, 주니어 관리직 비율 5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력 공백에 좁은 승진 사다리…할당제 주장도

여성의 임원직 진출이 어려운 이유로는 ‘경력 공백’이 꼽힌다. 18년째 은행권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임원 후보권으로 여겨지는 본부장 직급 등에서 여성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면서도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 등으로 쉬는 기간이 길어지는 점이 고위직 진출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 임원 부족을 개인의 경력 공백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4대 금융지주 대부분에서 여성 임직원 비중은 절반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관리직과 부서장급을 거치며 여성 비중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임원 선임의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는 본부장·부서장 단계에서 여성 풀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는 구조다. 여성 인력은 적지 않지만, ​고위직으로 이어지는 내부 승진 경로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보완 필요성 역시 제기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이사진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도 지난 2023년 말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다양성 확보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최소 요건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여성 이사를 1명만 선임해도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서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적인 성별 다양성 확보를 위해선 할당제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자산 2조 이상의 상장기업이라는 기준도 1조원 수준으로 낮춰 적용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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