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7일 (2)
‘전분당 담합’ 대상·사조·삼양사·CJ제일제당…역대 최대 과징금 7476억

‘전분당 담합’ 대상·사조·삼양사·CJ제일제당…역대 최대 과징금 7476억

승인 2026-07-07 1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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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설탕 등 식료품. 연합뉴스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설탕 등 식료품.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담합한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에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공정위는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함께 내리며 시장 경쟁 회복에 나섰다.

공정위는 4개 전분 및 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7년 5개월(2018년 5월~2025년 10월)에 걸쳐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 가격의 인상·인하를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전분당은 제과·제빵·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전분당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후방 산업에 대한 연쇄효과가 크다.

전분당의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는 4개 전분사들이 공동으로 수입하고 있다. 정부는 전분당이 국민 물가, 산업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톤 내외의 가공용 옥수수에 대해 할당관세(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B2B 전분당 시장에서 매우 높은 점유율(전분 95.7%, 전분당 86.4%)을 가진 4개 전분사들은 7년 5개월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4개 전분사들은 지난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옥수수 가격이 인상되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거래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8차례)했으며, 이를 전체 B2B 거래처를 대상으로 실행했다.

반면, 옥수수 가격이 인하되는 시기에는 거래처의 가격인하 요구에 대응하여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로(5차례)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분사들은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대형 실수요처에 대해서는 가격을 인하하고 소규모 실수요처, 대리점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판매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했다.

특히 전분사들은 가격변경 시 거래처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뿐만 아니라 가격변경의 근거(환율, 원료가 등)와 공문 발송 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분당 품목별 목표가격을 합의한 뒤, 전분사별로 그보다 높은 금액을 순차적으로 거래처에 통보함으로써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압박·유도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와 같은 합의 이후 전분사들은 실제 합의 내용대로 거래처에 공문을 발송하면서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했다. 예컨대 각자 실수요처에 공문을 발송하기로 한 날짜에 상대방 회사를 방문해 공문에 품목별 인상폭, 인상시기, 공문 수신처 주소 등이 합의 내용에 따라 기재됐는지를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로 공문이 발송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전분사들은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한 후 필요한 경우에는 거래처와 가격협상을 진행했다. 각 수요처 별로 가장 거래 비중이 높은 전분사(주관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전분사(비 주관사)는 주관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함께 설득하는 등 목표가격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내 시장에서 전분 95.7%, 전분당 86.4%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전분사들은 국제 옥수수 가격 상승기에는 전분당 판매가격을 신속하게 최대한 인상하고, 옥수수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를 최대한 지연했다. 특히 합의 기간 중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가격이 급등하자 담합을 시작했던 2018년 5월에 비해 판매가격을 최대 73% 인상했다.

그 결과 전분사들은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도 영업이익의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는 원가 인하폭에 비해 판매가격 인하폭을 최소화함으로써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이어 원가 부담은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에 대한 물가인상 요인으로 전가됐다.

공정위는 4개 전분사에 대해 총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시정조치로서 법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전분사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분당 제품에 대해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재결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밀가루 담합 건(2006년 4월, 2026년 5월), 인쇄용지 담합 건(2026년 4월)에 이어 네 번째로 부과된 것이다.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에는 △이 사건의 공동행위가 7년5개월의 장기간 관행처럼 지속되어 온 점 △국내 전분당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4개 전분사들 간 시장점유율의 큰 변동 없이 과점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담합 재발 가능성이 큰 점 △마지막 합의 시 결정된 가격이 담합 이전 경쟁상황 수준으로 인하됨으로써 합의의 영향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감안됐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위에서 조치한 제당사, 제분사, 제지사 등의 담합 사건에 이어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들의 담합을 통한 부당한 가격 인상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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