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0일 (2)
베네수엘라 강진 사망 1450명…재난 위에 드러난 ‘국가 시스템 붕괴’

베네수엘라 강진 사망 1450명…재난 위에 드러난 ‘국가 시스템 붕괴’

사망 1450명·실종 수만명…골든타임 지나며 수색 난항
부실 공공주택·장비 부족에 피해 확대…‘차비스모’ 후유증 지적
야권 지도자 귀국 변수까지…재난 대응 두고 임시정부 책임론 확산

승인 2026-06-29 2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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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지진으로 1450명의 사망자와 31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AP연합
지난 24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지진으로 1450명의 사망자와 31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AP연합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만 1450명에 달했고, 실종자는 수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 수색은 점차 수습과 복구 단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소방·의료·건축 등 국가 재난 대응 체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이번 참사가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통치 실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발생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450명으로 을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3150명, 이재민은 1만2721명으로 집계됐다. 붕괴 건물은 774채에 달한다.

정부는 고립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인원을 수백명 수준으로 발표했지만 야권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등록된 실종자는 약 5만명에 이른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에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구조 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인 녹록지 않다. 세계 24개국에서 파견된 2700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드론 등 장비가 투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중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며칠 동안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와 시신을 찾아야 했다. 일부 주민들은 잔해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도 무거운 콘크리트 상판을 옮길 장비가 없어 구조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여진과 인프라 손상도 구조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첫 지진 이후 43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고,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베네수엘라 최대 정유시설인 아무아이 정유공장도 강진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일부 피해 지역에서는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도로를 폐쇄하고 피해 지역 접근을 제한해 오히려 구조 작업을 방해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무너진 건물 뒤에 드러난 국가 시스템 부실

베네수엘라 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AP연합
베네수엘라 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AP연합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를 넘어 베네수엘라 국가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피해 규모가 27년간 이어진 ‘차비스모’ 체제의 결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차비스모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대중영합적 좌파 노선을 뜻한다.

차베스 정부는 석유 수입을 기반으로 사회주택 건설과 무상복지, 가격 통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이후 석유 가격 하락과 재정 악화,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국가 행정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외신들은 장비가 부족한 소방 인력, 환자로 넘쳐나는 병원, 늦어진 구조 작업 등을 베네수엘라 제도 붕괴의 단면으로 짚었다.

정부가 정책 성과로 내세웠던 공공주택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피해가 컸던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는 공공주택 대부분이 무너졌다. 건물 잔해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를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메운 흔적이 발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주민들이 지진 전부터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철근이 노출되는 등 부실 공사의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차베스 정부 당시 건설 안전성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난 대응이 더뎌지는 가운데 정치적 변수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외에 체류 중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번 강진을 계기로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차도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때가 왔다”며 “나의 국민과 함께하는 게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하고, 서로 끌어안고,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야 한다”며 조만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마차도의 귀국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마차도가 귀국할 경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와 충돌하고, 지진 구조 활동이 정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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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항공, 배터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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