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발생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450명으로 을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3150명, 이재민은 1만2721명으로 집계됐다. 붕괴 건물은 774채에 달한다.
정부는 고립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인원을 수백명 수준으로 발표했지만 야권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등록된 실종자는 약 5만명에 이른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에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구조 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인 녹록지 않다. 세계 24개국에서 파견된 2700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드론 등 장비가 투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중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며칠 동안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와 시신을 찾아야 했다. 일부 주민들은 잔해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도 무거운 콘크리트 상판을 옮길 장비가 없어 구조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여진과 인프라 손상도 구조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첫 지진 이후 43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고,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베네수엘라 최대 정유시설인 아무아이 정유공장도 강진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일부 피해 지역에서는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도로를 폐쇄하고 피해 지역 접근을 제한해 오히려 구조 작업을 방해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무너진 건물 뒤에 드러난 국가 시스템 부실

차베스 정부는 석유 수입을 기반으로 사회주택 건설과 무상복지, 가격 통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이후 석유 가격 하락과 재정 악화,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국가 행정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외신들은 장비가 부족한 소방 인력, 환자로 넘쳐나는 병원, 늦어진 구조 작업 등을 베네수엘라 제도 붕괴의 단면으로 짚었다.
정부가 정책 성과로 내세웠던 공공주택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피해가 컸던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는 공공주택 대부분이 무너졌다. 건물 잔해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를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메운 흔적이 발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주민들이 지진 전부터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철근이 노출되는 등 부실 공사의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차베스 정부 당시 건설 안전성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난 대응이 더뎌지는 가운데 정치적 변수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외에 체류 중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번 강진을 계기로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차도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때가 왔다”며 “나의 국민과 함께하는 게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하고, 서로 끌어안고,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야 한다”며 조만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마차도의 귀국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마차도가 귀국할 경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와 충돌하고, 지진 구조 활동이 정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