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6)
“저 대신 꼭 이의신청서 내주세요”…스무살 유서에 8200명이 답했다

“저 대신 꼭 이의신청서 내주세요”…스무살 유서에 8200명이 답했다

승인 2026-06-26 14: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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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소연 기자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소연 기자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지만 불송치되자 이의신청서를 유서로 남기고 숨진 대학생 A씨(20·여)의 사건과 관련, 시민 8200명이 검찰의 기소를 촉구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경기탁틴내일, 경기 안산시 청소년협의회 등 150여개 단체로 구성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가해자를 기소하라 수사를 진척하라’, ‘검찰의 침묵은 가해자에 대한 면죄부다’ 등의 손 피켓을 들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12월28일 당시 19살이던 대학생 A씨는 아르바이트 하던 주점에서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안산단원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끝냈다. A씨는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보를 받은 지 사흘 만인 지난 2월21일 이의신청서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유서에는 “저 대신 꼭 경찰에 불송치 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 앞에 가해자 기소를 촉구하는 연명서가 쌓여있다. 이소연 기자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 앞에 가해자 기소를 촉구하는 연명서가 쌓여있다. 이소연 기자
A씨의 마지막 호소에 시민들이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수원지검 안산지청 정문 앞에는 ‘19세 청소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성폭력 가해자를 기소하고 전면 재수사해주십시오’라는 개인 8137명, 단체 149개의 연명서가 상자에 담겨 가득 쌓여있었다. 공대위는 지난 4월27일부터 기소를 촉구하는 연명서를 돌렸다. 같은 내용의 국민청원에는 현재까지 10만2122명이 동의했다.

공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법과 정의를 꿈꾸며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던 19세의 평범한 대학생이 차가운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성폭력 피해를 입고 즉시 해바라기센터를 찾아 증거를 채취하는 등 자신이 배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 통보였다. 사법시스템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절망 앞에서 그녀는 결국 죽음으로써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고발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건은 40대 남성 고용주와 10대 여성 피고용인이라는 압도적 위계 관계 속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어떻게 정반대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전면 재수사 △가해자 기소 △피해자 취약 상황·위계 고려하는 사법시스템 확립 등을 촉구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소연 기자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앞에서 ‘경찰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소연 기자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피해자 어머니의 글이 대독됐다. 대독은 최승희 안산 YWCA 여성과성 상담소장이 맡았다. A4 용지 6장을 빼곡 채운 글은 대독에만 25분이 걸렸다.

어머니의 글은 피해자 A씨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딸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대독에 나선 최 소장은 “교과우수생으로 OO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해 범인을 잡는 사람이 되는 법조인을 꿈꾸던,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며 “다음 학기 등록금은 직접 벌어 보태고 싶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직후 A씨가 괴로워했던 상황, 경찰의 실망스러웠던 수사 태도, 성폭력 피해 전후 CCTV 속 내용, 사망 직전 A씨의 통화 녹취록 내용 등도 꾹꾹 눌러 쓰여 있었다.

최 소장은 “A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119 구급대원과의 통화 녹취에서 울부짖었다. ‘상담도 받고 정신과 약도 먹는다. 저는 이렇게 사는데 가해자는 장사 잘하고 살고 있다. 제가 살고 있는 게 맞을까요?’ 아이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공대위는 수원지검 안산지청 민원실에 개인 8137명, 단체 149개의 연명서와 A씨의 유서인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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