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6)
“제지하면 민원·아동학대 신고 부담”…혐오표현 못 막는 학교

“제지하면 민원·아동학대 신고 부담”…혐오표현 못 막는 학교

서울교육청 “혐오·비하 표현 교육 강화”
교사들 “훈육이 전부…학생 지도할 실질적 수단 없어”

승인 2026-07-04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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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장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장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을 계기로 학생들의 혐오·차별 표현을 학교가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 혐오 표현을 제재할 실질적인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야구부 혐오표현 관련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배재고의 광주제일고 대면 방문 사과와 교육을 통한 재발방지 등이 골자다.

전체 학교 운동부에 대한 방문 점검과 교육 등도 예고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8월21일까지 인권 교육과 학습권 보장, 투명한 운영 등을 학교 운동부가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반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학교체육진흥회와 협력해 학생선수 대상 혐오·차별적 표현 금지 및 건정한 응원 문화 조성 관련 교육 자료 개발·보급도 협의 중이다.

배재고 야구부 관련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시작됐다. 더그아웃에 있던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해당 구호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광주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배재고는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은 이어졌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달 4일 오전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공동취재단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달 4일 오전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 교육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혐오·차별 등에 대한 인권교육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026 학생인권 증진 기본계획’을 통해 학교별 학생인권교육을 학기당 2시간 이상 실시하고 있다. 교직원 인권교육과 ‘학교 내 혐오·차별 예방’ 교원 연수도 운영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혐오·차별 표현을 발견해도 대부분 훈육이나 학부모 상담 외에는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현재 학칙으로는 혐오 표현만으로 교내봉사나 사회봉사 같은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며 “학생들에게 왜 잘못된 표현인지 설명하거나 심한 경우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혐오 표현은 SNS를 통해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고 학생들도 유행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교사가 모든 표현을 즉각 파악해 대응하기 어렵다”며 “생활지도를 하다가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조모씨도 “실제로는 ‘하지 말라’고 말하는 식의 훈육 외에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며 “강하게 제재하면 오히려 일이 커질 수 있어 교사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일부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사의 89.8%는 학교 내 혐오 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80.2%는 학생들 혐오 표현을 학교에서 자주 목격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대응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도 75.2%에 달했다. 이유로는 ‘실질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59.9%)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교사의 95%는 혐오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항상 대응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연구소는 민원 부담과 대응 지침 부족 등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며 교사 보호 장치와 학교 차원 혐오 표현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임은재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임은재 기자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학교 교육은 성취 중심으로 운영돼 공동체 의식과 타인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 교육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혐오 표현과 차별 문제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사들이 혐오 표현을 제지하다가 정치적 편향 논란이나 아동학대 신고 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교육을 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을 교육청과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교사를 보호할 방패 없이 교육만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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