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미국 중심의 단극적 국제 질서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피해 측면에서는 미국의 압승이다. 두 자리 숫자의 인명 피해를 낸 미국에 비해 최고 국가지도자가 살상당하는 등 이란의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미국은 군사적, 전술적 우위를 가졌음에도 정치외교적 승리로 만들지는 못했다. 이란 스스로 승리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가적 위엄이 손상됐다고 평가한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우방국으로부터 기대하는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2차 세계대전, 6.25 전쟁을 통해 확보된 국제 질서상 미국의 주도권은 정점을 지나 하강하는 모양새를 그렸다.
더불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상승하는 변곡점이 나타난다. 전쟁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이란 지도자로부터 종전 중재와 협력을 요청받았다. 중국이 세계사 흐름의 균형자가 돼 있는 극적인 모습이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원칙을 중국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강조하는 장면은 중국의 군사적 자신감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반면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은 위축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짖지 못한 러시아는 전통적 우방국인 이란을 실질적으로 돕지 못했다. 국제적 영향력이 퇴조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짚어볼 점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란과 달리 실질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이 같은 사실은 북한의 핵 보유 인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6.25 전쟁 발발 76주년을 맞는 시점이다. 6.25 전쟁 이후 태어난 국민의 비중은 약 95%에 이른다. 이들 전후 세대들은 6.25 전쟁의 고통을 학습을 통해 인지할 수밖에 없다. 6.25 전쟁은 우리 역사는 물론 세계사의 변곡점이 됐다.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스탈린체제의 운명을 가른 지점이었던 것이다. 6.25 전쟁을 통해 미국과 서방은 스탈린체제의 확산을 군사적 힘으로 저지할 의지와 능력을 과시했다. 구소련과 중국,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됐다. 불행하게도 우리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공고해졌다.
6.25 전쟁 이후 우리 역대 지도자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고,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해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고, 구소련을 세계사에서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이란 전쟁의 역사적 변곡점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대응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이는 초당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행정부, 국회, 학계가 국가전략TF를 만들어 미국·이란 전쟁의 의미를 살피고 대응해야 한다.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지도자들은 세계대전을 앞두고 세계사의 변곡점을 잘못 해독했다. 그래서 오스만제국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백승주 교수 약력]
現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국회의원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