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이 눈동자 움직임과 동공 반응만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 뇌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는 채혈이나 고가 영상검사 없이 눈의 움직임을 분석해 인지저하 위험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한의학연 김중일 책임연구원팀은 안구추적 기술을 활용해 눈 움직임과 동공 반응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정상 인지 노인 516명과 경도인지장애(MCI) 노인 212명을 대상으로 안구추적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뇌에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일부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고령자를 장기 추적하는 알츠하이머·치매 코호트(GARD) 참가자 가운데 728명을 선별했다.
참가자들은 화면 중앙의 십자 표시를 응시한 뒤 나타나는 신호에 따라 목표물을 바라보거나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과제를 수행했다.
초록색 신호가 나오면 목표물 방향으로 시선을 이동하고, 빨간색 신호가 나오면 본능적인 반응을 억제한 채 반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이 과정은 주의력과 충동 억제, 계획 능력 등 고차원 인지 기능을 요구한다.
연구팀은 초당 300회 눈동자 위치를 기록하는 안구추적 장치로 눈 움직임과 동공 반응을 측정했다.
동시에 MRI를 이용해 대뇌피질 두께와 해마 등 뇌 구조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단순히 눈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보다 반응 시간이 얼마나 일정하지 않은지와 동공 반응이 얼마나 크게 변하는지가 초기 뇌 위축 상태를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군과 경도인지장애군에서는 뇌 구조와 눈 신호의 관계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상군은 전두엽과 대상회, 섬엽 등 인지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건강할수록 눈 움직임이 일정하고 안정적이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군은 이런 관계가 사라지거나 반대로 나타났다.
주의력과 감각·운동 통합 기능을 담당하는 상변연회에서 이런 역전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됐다.
동공 반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정상군은 뇌 구조와 동공 반응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지만, 경도인지장애군은 기억 형성에 중요한 내측 측두엽과 상변연회가 위축될수록 동공 반응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초기 뇌 손상으로 감소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남아 있는 신경망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과보상 현상’으로 해석했다.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만, 인지저하가 시작되면 같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신경 자원을 소모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안구추적 기술이 단순히 시선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치매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대뇌피질과 뇌간 신경망의 기능 저하를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 책임연구원은 “눈 움직임과 동공 반응에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그대로 반영된다"며 ”안구추적 기술은 비침습적이고 반복 측정이 쉬워 향후 치매 고위험군 선별과 인지 건강 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3월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논문명: Linking eye movements, pupil responses, and brain networks in early cognitive decline)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