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토론회에서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상용화 과제가 논의됐다. 토론회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했다.
만족도 4.94점인데 합법 승하차 구간은 2.3%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인사말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플랫폼 관제, 데이터 활용 및 안전 관리 등 산업 전반의 역량”이라며 “이제는 이런 기술 실증을 넘어 국민 일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AI부문 부사장은 이날 강남 자율주행 택시의 운영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용 평점 약 2000건을 분석한 결과, 누적 만족도는 4.94점, 차량 가동률은 82.5%, 유료 전환 시에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1.7%였다.
김 부사장은 “자율주행차는 혼자서 다니지만 자율주행 서비스는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상용화를 기술 개발→호출·이동 서비스→도시 단위 운영 관리의 3단계로 정의했다. 차가 잘 달리는 것만으로는 상용화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강남 일대 승하차 지점(PUDO) 2042개를 분석한 결과, 합법적으로 정차해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구간은 2.3%에 그쳤다. 김 부사장은 “자율주행차는 어디에 서서 승객을 태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합법적으로 승하차 가능한 구간이 많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해외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침수 도로에 그대로 진입하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도로 위에 멈춰 서는 사례가 나온다며 “차를 잘 만드는 것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말께 강남 서비스에 엔드투엔드(E2E) 방식 자율주행 모델을 투입할 계획이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테슬라는 ‘운전자 보조’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KADIF) 단장은 미국·중국의 자율주행 산업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구글 웨이모, 바이두 등 ‘서비스 플랫폼형’은 사고 시 운영사가 책임지는 구조라 센서를 이중 삼중으로 갖췄다. 반면 레벨4 이상급 기술을 갖춘 테슬라가 스스로를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 부르는 이유도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레벨2+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법원에서 완전자율주행을 뜻하는 FSD라는 명칭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테슬라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아직 일반 서비스 사업에 나서지 않고, 공공 서비스 중심의 소규모 투자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라는 게 정 단장의 진단이다. 그는 예산 격차도 짚었다. 국내 자율주행 R&D 사업은 2021년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 4개 부처 공동으로 출범해 7년간 8000억원 규모로 운영되는데, 구글이나 테슬라, 중국 바이두 같은 기업은 1년에 수조 원씩 투자한다.
엄태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웨이모와 테슬라의 다른 기술 노선을 언급하며 “완전 자율주행은 개인적으로 10년 안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자율주행차 도입 시 기존 운전자가 몰던 차량과 법적으로 어떻게 구분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울어진 운동장”⋯국토부 “향후 5년이 골든타임”
지정토론에서는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도로 데이터를 확보할 기회가 해외 기업보다 부족한 현실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도 해외 기업이 국내 도로와 교통문화에 맞춰 기술을 세밀하게 조정해주긴 어렵다며 자체 개발·운영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혁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장은 향후 5년을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골든타임”으로 제시했다. 실증사업과 운송서비스를 확대해 국내 기업이 기술과 운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를 출범시켰다. 레벨3까지는 운전자가 상시 개입해야 하는 구조라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지만, 레벨4부터는 제작사·자율주행 시스템·운송플랫폼·통신 인프라 등 여러 주체가 얽혀 책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보험업계는 이 기준이 정립돼야 레벨4 이상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국토부가 올해부터 3년간 광주에 투입하는 자율주행 실증 차량은 200대 규모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버스 1대, 로봇택시 2~3대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실증 데이터 축적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