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8일 (2)
노사 모두 ‘1만700원’ 최저임금 이의제기…재심의보다 제도개선 논의 커지나

노사 모두 ‘1만700원’ 최저임금 이의제기…재심의보다 제도개선 논의 커지나

소상공인 “4인 사업장 연 1000만원 추가 부담”…민주노총 “도급제 노동자 보호 외면”
2022년 이후 4년 만에 노사 동시 이의제기…1988년 이후 재심의 사례는 ‘0건’
업종별 구분 적용·격년 결정·플랫폼 노동자 산정기준 등 제도개편 과제로

승인 2026-07-27 15: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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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7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노동계와 소상공인 단체가 나란히 이의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재심의 요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는 각각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난 1988년 이후 정부가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재심의를 요청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다는 점에서 실제 재심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이의제기를 계기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과 격년 결정, 플랫폼·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소상공인연합회는 27일 각각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같은 해 노동계와 사용자 측 단체가 동시에 최저임금안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으로, 올해보다 7만9420원 증가한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요구액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7%를 하한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5.25%를 상한으로 하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이어 3.9% 인상안을 노사 합의 권고안으로 제시했지만 합의가 무산됐고, 최종 표결에서 사용자위원안인 3.7% 인상안이 채택됐다.

노동계는 인상률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를 보장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안이 무산된 점을 핵심 문제로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3.7% 인상만으로는 누적된 실질임금 하락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는 건당 또는 성과급 방식으로 보수를 받는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방안이 처음 공식 안건으로 논의됐다.

노동계는 노동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순수입을 노동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식을 제시했지만, 별도 적용안은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민주노총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플랫폼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을 근거로 최저임금 적용 방식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 연구용역에서도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돌봄·가사 노동자, 가전제품 설치기사 등 일부 직종에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온 만큼 이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3.7% 인상률이 경기 부진과 매출 감소,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사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 1인당 월급은 약 7만9000원, 연간 임금은 약 95만원 증가한다”며 “4명을 고용한 사업장은 4대 보험 사업주 부담분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23만6300원보다도 적은 소득을 얻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고용 축소를 막기 위해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업주의 지불 능력과 업종별 생산성·수익성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무인화, 고용 감축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비롯해 최저임금 격년 결정,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 일자리안정자금 부활 등 경영 안정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 또는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고시일부터 1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장관이 정한 10일 이상의 기간 안에 재심의를 거쳐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노사단체가 최저임금안에 이의를 제기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노동부 장관이 이를 수용해 재심의를 요청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22년에도 2023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놓고 민주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노동부는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 등을 고려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하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이번에도 재심의보다는 기존 의결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노사가 동시에 현행 결정 구조의 문제를 제기한 만큼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단순한 인상·동결 논쟁을 넘어 결정 주기와 업종별 적용 방식, 도급·플랫폼 노동자의 임금 산정 기준, 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을 포괄하는 제도 개편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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