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동구의 한 헬스장을 이용하던 김모(31·여)씨는 지난 5월 9개월 회원권을 40만5000원에 결제했다. 그러나 결제한 지 한 달여 만에 헬스장 측으로부터 폐업 통보를 받았다.
헬스장 측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 요구로 명도소송을 당했고, 법원 판결에 따라 센터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폐업 하루 전까지도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한 경영난이 아니라 이용자를 속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 헬스장 운영자를 사기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소했다. 헬스장이 문을 닫은 뒤 남은 이용 기간에 대한 환급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돌려받은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헬스장과 필라테스·요가 시설 등 체육시설업에서는 장기간 이용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낮춰주는 선결제 계약을 일반적으로 활용한다.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계약 당시 사업자의 재무 상태나 임대료 체납 여부, 선수금 운용 상황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사업자가 폐업한 뒤에는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하거나 분쟁조정 결정을 받더라도 돈을 돌려줄 재원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피해가 발생한 뒤에는 구제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구제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실시한 ‘체육시설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체육시설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만5789건이었다.
해당 수치는 헬스장 폐업에 따른 미환급 피해뿐 아니라 계약 해지와 위약금 등 체육시설업 전반의 소비자 분쟁을 포함한다.
정부도 휴·폐업 사실을 미리 알리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체육시설업 표준약관을 개정해 사업자가 1개월 이상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 예정일 14일 전까지 회원에게 알리도록 했다.

폐업 사실을 미리 알리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를 막기도 어렵다. 사업자에게 환급할 재원이 남아 있지 않다면 사전에 통보받더라도 이용료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체육시설업자가 이용자에게 사전 통지 없이 휴업하거나 폐업한 경우 일정 기간 체육시설업을 다시 등록하거나 신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업자도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사업자가 폐업 직후 다시 영업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구조에서는 폐업 신고만 하면 그만”이라며 “등록 제한이 없으니 같은 사람이 간판만 바꿔 다시 영업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불 기준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돌려줄 돈이 없으면 종잇조각”이라며 “제도가 사후에 손을 내미는 데 그치지 않고 애초에 돈을 떼일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업자의 재등록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기존 회원이 낸 이용료를 돌려받게 할 수는 없다. 피해를 일으킨 사업자의 시장 재진입을 제한하는 대책과 별도로 회원이 낸 선납금을 폐업 전부터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영규 주식회사 코벨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6 제2차 국가웰니스정책포럼’에서 장기 회원권 결제대금을 제3의 기관에 보관하는 에스크로 방식의 안전결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회원이 낸 돈 전액을 사업자에게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별도 기관에 예치한 뒤, 실제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 사업자에게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헬스장이 폐업하더라도 이용하지 않은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현재는 환불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폐업할 때 환불을 집행할 재원 자체가 없는 것이 핵심 문제”라며 “에스크로와 함께 보증보험 의무화와 위약금 기준 구체화까지 이뤄져야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