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4일 (2)
[쿠키과학] ‘센서 교체 없이 기능 전환’… KAIST, 세계 최초 ‘소프트웨어 정의’ 우주용 광학칩 구현

[쿠키과학] ‘센서 교체 없이 기능 전환’… KAIST, 세계 최초 ‘소프트웨어 정의’ 우주용 광학칩 구현

세계 최초 픽셀 독립 제어 투과형 중적외선 공간광변조기 개발
열영상·분광·광통신까지 하나의 칩으로 구현
전력 공급 없이 상태 유지하는 상변화 소재 적용
기생 전류 차단 기술로 6×6 모든 픽셀 독립 제어·내구성 13배 향상

승인 2026-07-14 13: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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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KAIST
AI 생성 이미지. KAIST

KAIST가 세계 최초로 위성이나 우주탑재체에 장착한 센서를 교체하지 않고도 전기 신호만으로 열영상 카메라와 분광기, 적외선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초소형 광학 칩을 개발했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김현정 교수팀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주에이전 후 교수팀과 공동으로 각 픽셀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투과형 중적외선 공간광변조기(SLM)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위성이나 우주탑재체는 임무가 달라질 때마다 광학 필터나 센서를 새로 제작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소자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교체하지 않고 전기 신호만으로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한 광학 칩이 여러 종류의 센서 역할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defined) 센서’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간광변조기(SLM)는 빛이 얼마나 통과하는지와 어떤 형태로 전달되는지를 조절하는 광학소자다.

이는 디스플레이가 화면의 각 화소를 제어하듯 광학 소자는 빛을 픽셀 단위로 제어해 원하는 영상이나 광학 기능을 만든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작은 구조로 빛의 세기와 방향, 파장을 조절하는 메타표면 기술을 적용하고, 각 픽셀을 전기적으로 독립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중적외선 영역에서 투과형 구조와 픽셀 독립 제어를 동시에 구현했다.

중적외선은 물질마다 고유한 분자 진동 정보를 담고 있고 열을 방출하는 물체를 효과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 가스 분석과 열영상, 재료 상태 진단, 우주 관측 등에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기존 중적외선 공간광변조기는 대부분 빛을 반사하는 방식으로, 광학계 구성이 복잡하고 많은 픽셀을 각각 제어하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학 상변화 소재인 GSST(게르마늄-안티모니-셀레늄-텔루륨)를 활용했다.

이 소재는 전기 자극을 받으면 빛을 통과시키는 정도가 달라지고, 한 번 상태가 바뀌면 전원을 끈 뒤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는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설정한 광학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력 사용이 제한적인 위성이나 우주탑재체에서는 유용하다.

또 광학 칩은 픽셀 수가 많아질수록 전류가 의도치 않은 픽셀로 흘러 오작동하는 ‘기생 경로(Sneak Path)’가 발생한다.

이에 연구팀은 각 픽셀에 실리콘 PIN 다이오드를 적용해 원하는 픽셀에만 전류가 흐르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6×6 픽셀 배열의 모든 픽셀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원하는 광학 패턴을 구현했다.

실험 결과 1만 6700회 이상 반복 동작해도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기존 투과형 전기구동 상변화 메타표면보다 약 13배 높은 내구성도 입증했다.

이 기술은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해 기존 반도체 생산 공정과 호환할 수 있다.


전기적으로 개별 제어 가능한 2차원 메타표면 어레이 구조와 제작 소자. KAIST
전기적으로 개별 제어 가능한 2차원 메타표면 어레이 구조와 제작 소자. KAIST


이를 활용하면 수천 개 이상 픽셀을 갖는 대면적 광학 칩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향후 메타표면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면 빛의 방향과 편광, 위상까지 자유롭게 제어하는 범용 재구성 광학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하나의 광학 칩으로 열영상 센서와 분광기, 적외선 카메라, 광통신 장치 등을 상황에 맞게 전환해 사용할 수 있어 위성과 발사체의 상태진단은 물론 우주정거장의 열 감시, 가스 누설 탐지, 우주 제조공정 계측, 적응형 광통신 등 다양한 우주 시스템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학 소자의 성능을 높인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칩을 여러 임무에 맞춰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했다"며 ”광학 시스템을 교체하는 대신 기능을 재설정하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차세대 우주 센서 설계 방식에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가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근무 때 시작한 MIT 공동연구를 발전시킨 성과로, 현재 능동 메타광학과 실리콘 포토닉스, 우주 센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며 소재 설계부터 칩 제작, 센서 통합, 우주환경 검증, 비행 실증까지 이어지는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Two-dimensional pixel-level addressable mid-infrared metasurface spatial light modulator)


(왼쪽부터)코스민 콘스탄틴 포페스쿠(Cosmin Constantin Popescu, 제 1저자, MIT), 주에이전 후(Juejun Hu) 교수(MIT), 김현정 교수(KAIST).
(왼쪽부터)코스민 콘스탄틴 포페스쿠(Cosmin Constantin Popescu, 제 1저자, MIT), 주에이전 후(Juejun Hu) 교수(MIT), 김현정 교수(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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