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4일 (2)
월가는 샀는데 국내는 던졌다…SK하이닉스 ADR의 역설

월가는 샀는데 국내는 던졌다…SK하이닉스 ADR의 역설

SK하이닉스 15% 넘게 급락, 200만원 아래로
코스피도 7000선 내주며 추락
‘40조 잭팟’…월가, AI 반도체 성장성에 베팅
“국내 투자심리와 수급, 레버리지 간 악순환의 고리 영향”

승인 2026-07-14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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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 넘게 떨어지며 2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코스피도 9% 가까이 급락하며 7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나스닥에서 40조원대 ‘초대형 잭팟’을 터뜨린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가 정작 국내 증시에선 10%대 급락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역시 반도체 대형주 폭락에 크게 흔들렸다. 월가는 AI 메모리 글로벌 리더의 성장성에 베팅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벤트 종료에 따른 차익실현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청산 등 단기 수급을 먼저 반영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반도체 대형주 편중과 레버리지 쏠림 등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1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37% 급락한 18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10.7% 떨어져 25만4500원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 역시 반도체 대형주 급락 여파로 8.95% 밀려 6806.93으로 내려앉았다. 코스피가 7000선 아래로 밀려난 건 지난 5월4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급락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마무리되면서 이벤트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높아진 실적 기대치에 대한 부담이 겹친 영향이 꼽힌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과 반대매매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4470억원, 1조4534억원 순매도하며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기관 중에선 투신(9610억원)과 은행(309억원)에서 매물이 집중적으로 출회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JP모건 본사 외관에 태극기가 조명을 통해 구현됐다. SK하이닉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JP모건 본사 외관에 태극기가 조명을 통해 구현됐다. SK하이닉스
‘40조 잭팟’…월가, AI 반도체 성장성에 베팅

지난 주말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우리돈 약 40조원)를 조달했다. 공모가는 ADR 1주당 149달러로 결정됐고,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약 13% 높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IPO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으며 ‘블록버스터 딜’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약 7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고, 글로벌 기관투자가 약 1000곳이 로드쇼에 참여했다. 뉴욕 JP모건 본사 외벽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장식한 태극기와 SK하이닉스 로고는 월가가 바라본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혔다.

월가에서는 이번 상장을 단순한 흥행 이벤트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최근 ‘SK하이닉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앞으로 더 많은 황금알을 낳아야만 한다’는 칼럼에서 “이제 SK하이닉스의 과제는 정부와 미국, 글로벌 투자자, 수백만 명의 개인주주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렌은 특히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반드시 주주환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기업이 성장 투자와 주주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적 눈높이 조정” vs “디스카운트 해소 계기”

증권가에선 시장의 실적 기대치가 다소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황 둔화라기보다 그동안 높아졌던 이익 추정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인 65조원을 소폭 밑돌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쟁사 대비 HBM 비중이 높아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라며 “실적 우려가 아니라 장기공급계약(LTA)을 반영해 가격 가정을 현실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업황 악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에 대해 ADR 상장이라는 이벤트 소멸과 차익실현,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동시에 반영된 단기 수급 쇼크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며, 최근 수출 지표와 HBM 수요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 조정을 업황 악화로 연결짓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중장기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SK하이닉스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반도체 지수 편입 요건을 상당 부분 갖추게 된 만큼, 패시브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패시브 자금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DR 상장은 단기적으로는 신주 공급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메모리 디스카운트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계기”라며 “글로벌 지수 편입이 현실화되면 한국 반도체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ADR은 웃었는데…국내 본주 무너진 이유

결국 이번 급락은 ADR 상장보다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가다. 직접적으로는 ADR 발행에 따른 공급 부담 우려가 커진 데다 ADR-본주 간 차익거래 수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됐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손절매가 늘고 반대매매 우려까지 번지자 공포 심리가 증폭되며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월가는 AI 메모리 성장 스토리에 베팅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벤트 종료와 레버리지 청산이라는 단기 수급을 먼저 반영했다”면서 “ADR 딜 자체는 성공이었지만 국내 시장은 오히려 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반도체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AI산업 서사의 균열, 밸류에이션 되돌림, 레버리지 청산의 충격 때문”이라면서 “특히 국내 투자심리와 수급, 레버리지 간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약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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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자본시장을 들여다보는게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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