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기업인 축구협회장의 시대는 끝났을까

기업인 축구협회장의 시대는 끝났을까

승인 2026-07-09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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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 인선이 본격화됐지만 재계는 의외로 조용하다. 과거에는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인 자리로 여겨졌던 협회장직이 인공지능(AI) 전환과 글로벌 경영 경쟁이 격화된 지금은 명예보다 부담이 큰 자리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 인선 작업이 시작됐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출마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축구 행정을 둘러싼 사회적 책임과 여론 부담이 커진 데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챙겨야 할 경영 현안이 늘어나면서 협회장직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대한축구협회장은 기업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단체장 자리였다. 기업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를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정·재계 인맥 확대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기업인들이 협회를 오랜 기간 이끌며 기업 중심 체제가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차기 협회장 인선을 앞두고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주요 기업들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현재 프로축구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HD현대(울산 HD FC), 현대자동차(전북 현대 모터스), 포스코(포항 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 SK(제주 SK FC), GS(FC서울), 하나금융그룹(대전하나시티즌), 삼성(수원 삼성 블루윙즈), 이랜드(서울 이랜드 FC)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 가운데 협회장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아직 없다.
 
재계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AI를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 확대, 통상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해외를 오가며 사업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업마다 주력 사업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SK그룹도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의 전사적인 AI 활용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현재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중추 역할을 맡으며 국내외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키우고 있고, 포스코그룹은 철강 경쟁력 강화와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사업을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 수장들은 해외를 직접 돌아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라며 “대한축구협회장의 권위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부담되는 자리이기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6일 약 13년 5개월 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이후 4선에 성공했지만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고,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라며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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