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당과 피해자의 가족 등은 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물 성범죄 부실수사 행태를 서울경찰청이 직접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약물 강간·440건 불법촬영 범죄에도 수사기관 대응이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범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이 수사 과정에서 훼손·누락됐고, 합당한 처벌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당시 교제하던 남자친구로부터 강간 범죄를 당했다. 가해자는 피해자 모습이 담긴 440개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일부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024년 3월 강간상해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는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 이후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으나 결국 각하됐다. 수사기관의 2차 가해를 이유로 신청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역시 사건 후 1년이 넘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피해자의 아버지는 “당시 저와 딸, 변호사, 수사관이 가해자 휴대폰에서 발견된 440여개 불법촬영물을 경찰서에서 모두 재생해본 뒤 채증했지만, 법원을 통해 증거를 열람해보니 영상물 중 상당수가 재생되지 않는 상태였다”며 “서울경찰청이 직접 증거물 훼손 경위를 확인하여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피해자 권리를 외면한 사법 체계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피해자는 번번이 불송치, 불기소, 무죄 판결, 대법원 재항고 기각이라는 결과를 마주했으며, 가해자는 이때 저지른 범죄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재학 중이던 피해자는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며 “이제 수사기관이 그간 외면한 책임을 다함으로써 피해자 고통에 종지부를 찍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약물 성범죄 수사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률대리인 안지희 변호사는 “지난 수사에서 경찰은 피해자의 검체에 대해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세 가지 항목만을 검사 의뢰했을 뿐, 성범죄에 흔히 사용되는 강간 약물은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는 약물 성범죄 수사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가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장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편집한 영상이 증거로 제출된 점이 확인됐음에도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검토한 바가 없다”며 “이는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뿐 아니라, 명백한 증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직후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해자를 대신해 서울경찰청에 추가고소장을 제출했다.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