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공습으로 숨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엿새간 장례 일정에 들어갔다. 테헤란에 모인 추모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요구했다.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신임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주목된다.
장례식은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대모살라에서 시작됐다. 하메네이의 관은 지난 2월28일 테헤란 관저 공습으로 함께 숨진 가족들의 관과 나란히 일반에 공개됐다. 관 위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다.
행사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검은 옷을 입은 추모객이 몰렸다. 이들은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들고 “미국에 죽음을”, “복수, 복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가슴을 두드리는 시아파 전통 방식으로 애도했다.
장례식 첫날은 미국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과 겹쳤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추모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과 보복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전면에 나왔다. 이란 정권이 장례식을 내부 결속과 대외 항전 의지를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28일 관저 공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숨졌다. 이란은 전쟁과 보안 문제로 장례를 미뤘다가 사망 126일 만에 공식 장례식을 열었다. 이슬람권에서는 통상 사망 직후 매장하지만 전시 상황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장례가 장기간 연기됐다.
장례 일정은 9일까지 이어진다. 하메네이의 유해는 테헤란을 출발해 이란의 시아파 성지 곰과 이라크의 카르발라·나자프를 거친 뒤 고향인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로 옮겨진다. 마지막 날인 9일 이맘 레자 성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란 당국과 주요 외신은 전체 장례 기간 수천만명의 추모객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 테헤란뿐 아니라 이란과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를 잇는 대규모 운구 행렬이 예정돼 있어서다. 이란 당국은 도로 통제와 군중 안전을 위한 대규모 인력도 배치했다.
이번 장례식은 새 지도부의 통치력을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부친 사망 후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했다. 다만 자신도 공습으로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즈타바 최고지도자가 장례식에 참석하면 취임 이후 사실상 첫 대중 행보가 된다. 반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건강 상태와 지도부 안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질 수 있다.
AP통신은 이번 장례식이 최근 반정부 시위와 전쟁으로 흔들린 이란 신정체제가 대규모 지지층을 다시 결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란군은 장례식을 앞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장례식 현장에서 보복 요구가 커지면서 휴전 이후에도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