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현지(31)씨는 이제 옷을 살 때 가격보다 도착 예정일을 먼저 확인한다. 예전에는 가격이나 디자인을 먼저 비교했다면 이제는 ‘언제 받을 수 있는지’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 문화가 소비자의 일상이 되면서 패션 플랫폼들도 물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입점 브랜드 수와 할인 혜택, 단독 상품 확보가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배송 속도가 소비자를 붙잡는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패션 플랫폼들은 빠른 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물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최근 ‘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해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도록 했고, 무신사는 ‘무배당발’을 통해 익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도 ‘직진배송’을 앞세워 익일배송은 물론 일부 지역 당일배송과 주7일 배송까지 확대했다. 단순히 배송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물류 파트너십 등을 강화하며 배송 품질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실제 빠른 배송 서비스는 이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4분기 ‘오늘출발’ 거래액은 1분기보다 35% 증가했고, 패션 카테고리 빠른 배송 거래액도 42% 늘었다. 무신사의 빠른 배송 서비스인 ‘무배당발’(기존 플러스배송) 주문량도 지난해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으며, 지그재그의 ‘직진배송’ 누적 거래액 역시 전년보다 약 30% 늘었다.
플랫폼들이 물류 경쟁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옷은 며칠 기다려 받는 것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생필품처럼 다음 날 받아보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여행이나 휴가, 결혼식, 모임 등 일정에 맞춰 옷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배송 속도가 플랫폼 선택과 실제 구매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내일 도착’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셀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해야 하고, 판매량을 예측해 상품을 선입고해야 한다. 배송이 플랫폼의 경쟁력이 되면서 셀러들도 새로운 운영 방식을 사실상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내 의류 플랫폼에서 여성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셀러 A씨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판매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재고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고 출고 시간을 맞춰야 해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건당 1000~2000원 정도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며 “안 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플랫폼들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블리의 도착보장 서비스는 셀러가 상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입고하면 재고 보관부터 포장, 출고, 배송까지 전 과정을 플랫폼이 대행하는 방식이다. 셀러는 상품 부피와 취급 상품 수(SKU), 월간 출고 물량, 이용 서비스 범위 등에 따라 물류 서비스 이용료를 부담하지만, 주문마다 직접 포장과 출고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도착보장은 단순 배송 서비스가 아니라 물류 대행 서비스”라며 “셀러가 상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입고하면 재고 관리와 포장, 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고, 상품 부피와 SKU, 월간 출고 물량 등에 따라 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송 경쟁은 자연스럽게 물류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빠른 배송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플랫폼들은 자체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물류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배송 인프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배송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물류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배송 속도가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물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6 유통산업 전망’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배송 서비스 고도화를 꼽으며 물류 투자와 배송 품질 개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제 빠른 배송은 차별화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가 당연하게 기대하는 기본 서비스가 됐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지가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비용과 운영 부담을 플랫폼과 셀러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배송 경쟁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