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일 (4)
소상공인 공동협상·노조 단체행동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을의 협상력 강화’ 추진

소상공인 공동협상·노조 단체행동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을의 협상력 강화’ 추진

소기업·소상공인, 대기업 상대 공동협상·공동행동 원칙적 허용
노동조합·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정당한 단체행동 공정거래법 면제
소비자 피해·경쟁 제한 땐 사후 금지명령…내달 법 개정 추진

승인 2026-06-30 13: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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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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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노동조합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 적용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앞으로 소기업·소상공인이 대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기업을 상대로 가격과 거래조건 등을 공동 협상하거나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담합으로 보지 않는다. 노동조합과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 노무제공자의 정당한 단체행동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달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경제적 약자인 ‘을’이 대기업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대방과 보다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단체협상과 공동행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어려웠던 공동 협상에 제도적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우선 협상 참가자가 모두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인 경우에는 공정위 심사 없이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된다. 대상은 업종별 매출액 15억~140억원 이하, 자산총액 5000억원 이하 사업자로 국내 사업자의 약 98.2%인 816만개 사업자가 해당한다.

이들은 협상 참가자와 상대방, 협상 내용을 공정위에 통지만 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며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협상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대기업과 모든 중견기업이다.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은 신고제를 적용한다. 참가 사업자의 연 매출 또는 매입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적고, 각 사업자의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인 경우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다. 공정위가 형식적 요건을 확인해 신고를 수리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며 효력은 3년간 유지된다. 협상 상대는 대기업과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중견기업이다.

허용 범위도 확대된다. 가격과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지역 등에 대한 합의와 정보교환은 물론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에 따라 하도급 업체들이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공동 대응하거나 배달앱 입점 상인들이 수수료와 정산주기 등을 놓고 단체협상을 벌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공동 협상도 허용된다.

다만 입찰담합과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가격담합(B2C)은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거나 경쟁 제한 우려가 큰 경우에는 향후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이뤄진 협상은 제재하지 않고 장래 행위만 제한해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노동조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기준도 명확히 정비한다. 앞으로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과 소속 노동자, 법원 판결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노동조합, 보험설계사·건설기계기사·골프장 캐디·택배기사·화물차주 등 노무제공자의 정당한 단체행동은 실질심사 없이 공정거래법상 조사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최근 법원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행동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2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화물차주들로 구성된 화물연대 삼성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노동3권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는 자유경쟁의 예외로 봐야 한다”며 공정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최근 판례 취지를 반영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동조합 등이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 개편이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면서도 소비자 피해와 시장 경쟁을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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