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6)
화장품 다음은 ‘덜 늙는 기술’…에이피알 몸값 키운 다음수 [기업 X-RAY]

화장품 다음은 ‘덜 늙는 기술’…에이피알 몸값 키운 다음수 [기업 X-RAY]

홈뷰티 디바이스 이어 의료기기 진출…뷰티테크 기업으로 재평가
美·유럽 성장세에 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승인 2026-06-30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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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뷰티 글로벌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이피알 제공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뷰티 글로벌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이피알 제공
국내 증시에서 에이피알은 더 이상 화장품 회사로만 분류되지 않는다. 메디큐브를 앞세운 더마 화장품 기업에서 홈뷰티 디바이스를 성장축으로 키우더니, 최근에는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뷰티테크’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합산 시가총액을 웃돌 만큼 커졌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것도 현재 실적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에이피알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미국 시장 확대와 홈뷰티 디바이스 성장,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EBD)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증권가는 현재의 주가 수준을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과 홈뷰티 디바이스, 의료기기 사업까지 반영한 ‘리레이팅(re-rating)’으로 해석한다.

에이피알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은 화장품보다 홈뷰티 디바이스였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이 흥행하면서 객단가가 높은 디바이스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고,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는 미국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성장의 배경으로는 독특한 사업 구조가 꼽힌다. 하나증권은 에이피알의 경쟁력을 국내 화장품 ODM 생태계와 글로벌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서 찾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기획·생산하고, 실리콘투 등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회사도 단순 화장품 기업에서 벗어나 뷰티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디큐브와 AGE-R, 에이프릴스킨 등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연구개발(R&D)과 고객 데이터, 마케팅 인프라를 통합 운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미국에서 입지를 다진 에이피알은 올해 영국에 이어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며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뷰티(BoB) 글로벌 포럼 2026’에서 김병훈 대표가 K-뷰티 기업 최고경영자(CEO) 최초로 연사에 나서 “K-뷰티는 신선함을 넘어 과학과 기술 기반의 신뢰와 검증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다음 성장축은 병원 시장이다. 에이피알은 올해 연말 피부과와 에스테틱을 겨냥한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EBD) 1~2종 출시를 목표로 개발과 인허가를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 연구개발 조직인 ADC(APR Device Center)를 중심으로 개발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외 특허 출원·등록 건수도 300건을 넘어서는 등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기기 인허가(RA)와 품질관리(QA) 인력을 충원하고 PDRN 생산시설 구축과 GMP 인증도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사업 기반을 단계적으로 갖춰가고 있다.

김 대표가 BoB 글로벌 포럼에서 제시한 ‘롱제비티의 대중화(Democratizing Longevity)’도 이러한 사업 확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홈뷰티 디바이스로 일반 소비자 시장을 공략한 데 이어, 병원용 의료기기와 안티에이징 솔루션으로 영역을 확장해 뷰티를 넘어 헬스케어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에이피알의 기업가치는 현재 판매 중인 화장품보다 앞으로 구축할 ‘홈뷰티-의료기기-헬스케어’ 생태계를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는지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피알 모델 장원영과 ‘부스터 프로 X2’ 제품 이미지. 에이피알 제공
에이피알 모델 장원영과 ‘부스터 프로 X2’ 제품 이미지. 에이피알 제공
다만 시장의 기대가 커진 만큼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병원용 의료기기 사업은 화장품과 달리 인허가와 임상, 병원 영업망 구축 등이 필요한 만큼 시장 안착 여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미국 시장 성장세 둔화, 채널 다변화에 따른 수익성 변화, 의료기기 초기 투자 부담 등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성장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나증권은 유럽 시장 확대와 의료기기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높은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현재 기업가치 역시 성장성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나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진정한 성장동력은 한국 화장품 ODM 인프라와 실리콘투 등 글로벌 유통망을 결합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라며 “2026년 매출 상한이 없다고 볼 만큼 미국·유럽·일본 중심의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2028년 EPS 연평균 성장률(CAGR)을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여유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재 시장이 에이피알에 부여한 프리미엄은 화장품 판매 실적이 아니라 다음 성장축에 대한 기대에 가깝다. 홈뷰티 디바이스에 이어 의료기기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뷰티테크 기업으로서 기업가치를 증명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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