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금융사 지배구조 최종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책임·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내부통제 책임 명확화 등이다. 당국은 현재 세부 조항 문구와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두고 막판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최종안에는 당초 모범규준 초안에는 없던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연임 관련 안건 구성을 마무리했고 일부 보완·강화된 부분도 있다”며 “7월3일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압축 후보군)가 발표되기 전에는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기존 금융지주 이사회가 CEO의 ‘참호 구축’에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감원은 이날 8대(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 금융지주, 20개 은행의 내부통제 담당자와 워크숍을 열고 연초 실시한 지배구조 특별점검 결과를 최초 공개했다.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이후 외형적 제도 개선은 이뤄졌지만, 실제 운영에선 편법이 동원되면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당국의 진단이다.
점검 과정에선 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현직 CEO 체제에서 구성된 이사회가 차기 CEO 선임을 주도하면서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고, 승계 기준을 현직 CEO에게 유리하게 바꾸거나 후보자 평가 기록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의사록을 부실하게 관리한 사례가 적발됐다. 외부 후보군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한 경우도 있었다.
사외이사 제도와 보수 체계에서의 미비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해상충 여부에 대한 검증 절차 미흡 △내부 추천 인사 중심의 선임 등 사례가 적발돼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개별 이사의 보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히 주주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점, 일부 보수위원회에서는 임원이 자신의 보수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우가 적발됐다.
금융권에선 올해 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장의 거취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11월 양종희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추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3일 6명의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확정할 예정이다. 당국이 숏리스트 발표 일정을 정조준해 개편안 공개를 예고한 만큼, 회추위의 후보 검증과 최종 판단 과정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B금융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의식해 올해 경영승계 절차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개시했다. 또한 외부 후보자 불이익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으나, 당국이 제시할 최종 기준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개선안은 연말 예정된 은행장 인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장들은 일제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모두 12월 말까지,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내년 1월까지 임기다.
이들 모두 당국의 개선안이 발표된 직후 강화된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된다. 앞서 이 원장은 “7월부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입법 절차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며 “지주 회장 선임뿐만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는 만큼 입법과 모범규준 발표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개편안의 실효성이다. 개선안이 모범규준 수준에 그칠 경우 ‘셀프 연임’과 폐쇄적인 이너서클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존재한다. 반대로 법제화를 통해 회장·행장 선임 절차에 직접적인 구속력을 부여할 경우, 이사회와 사외이사들의 책임·권한이 커지는 만큼 은행권 인사 지형도에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어느 수준까지 구속력을 갖느냐에 따라 연말 회장·행장 인사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남은 심사 과정과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당국의 요구 수준이 훨씬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절차에 착수한 곳들도 향후 검증 과정이나 의사록 관리 등에서 당국의 높아진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