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9일째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 규모는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올림픽공원 방문 인원은 9000~9500명 수준이었다. 5일 전인 지난 14일 같은 시간대 1만~1만2000명 수준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2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시위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여성 A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씨는 핸드볼경기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관들의 얼굴을 무단 촬영하고 가족을 향한 욕설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경찰청은 전날 이번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행위 36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혐의별로는 폭행 등 23건, 명예훼손·모욕 6건, 강요·업무방해 5건, 공무집행방해 2건이다.
체육계와 문화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9개 회원 종목 단체들은 지난 5일부터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추산 피해액은 약 40억원에 달한다. 다음 달 4~5일 예정됐던 가수 박서진 콘서트도 취소됐다. 지난 주말 열린 ‘2026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역시 당초 계획했던 핸드볼 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공연장으로 분산 운영됐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선거 당일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큰 혼란과 불편을 겪으신 유권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비판과 감시로부터 예외가 되는 헌법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전면적인 조직 쇄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의 진상규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수그러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점거 시위가 2주 이상 이어지는 과정에서 집회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이번 집결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선거 절차의 투명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집회 참여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현장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명을 넘어 ‘부정선거’, ‘재선거’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곳곳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문구는 물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도 걸려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시위가 변질될 대로 변질됐다. 지금은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계층보다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재편된 측면이 있다”며 “정치권이 제도 개선안을 내놓더라도 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국조특위 관계자 역시 “여야 모두 선관위 책임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는 시각차가 존재한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하나 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조특위는 오는 8월1일까지 45일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급 선관위이며, 필요할 경우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경위와 투표용지 인쇄 수량 산정 기준과 지침 수립 과정 부실 여부, 선관위의 현장 관리 및 사후 대응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투표 지연·중단에 따른 참정권 침해 실태, 선거 관리 인력 운용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 선관위 조직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 등을 조사해 제도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