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신규 대형 원전 2기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최초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1기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SMR 시장이 오는 2035년 약 6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2031년 착공 및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역 내에서는 원전 유치를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도는 자체 분석 결과 이번 건설 사업 참여로 원전 기자재 산업 기반이 집중된 경남 지역에 약 5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예상하며, SMR 제조 클러스터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부산 기장군 또한 자율유치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산업 유치에 따른 지역 활력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안정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묻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부산 기장군 고리 일대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지역인데, 여기에 SMR까지 추가되는 것은 인구 밀집 대도시인 부산과 울산 시민들에게 과도한 위험을 떠넘기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우려와 함께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지난 18일 한수원 부지선정평가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뤄진 전화 여론조사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졸속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고작 몇 통의 전화 통화로 주민 동의라는 면죄부를 조작해 냈다”며 “한수원과 정부는 마치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하고 주민이 결정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기술적 안전성의 실증’이라고 짚는다. i-SMR은 외부 전원 없이 자연순환만으로 냉각되는 방식을 채택해, 전원이 상실될 경우 발생하는 기존의 노심용융 문제를 구조적으로 낮춘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 실증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지속적으로 정량적 데이터를 축적해 비상계획구역(EPZ) 축소 등 안전성을 입증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초도호기라는 표현이 곧 ‘안전하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며 “원자로는 규제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건설·운영 허가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초도호기는 반복 제작 경험이 쌓이지 않아 비용과 일정의 불확실성이 큰 단계인 만큼, 기술적 안전함 그 자체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시행착오를 극복할 정책적 마중물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실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대형 원전 중심 체계로, 수소 생산, 열 공급 등 에 맞는 SMR의 다양한 비발전 용도 안전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SMR 특성에 맞는 성능기반 규제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적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와 처분장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을 투명한 절차에 따라 공개하며 기술의 신뢰도를 높여야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술 정착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학적 소통의 핵심은 신뢰를 만드는 절차에 있다”면서“불확실성은 공개하고, 지역 주민들이 독립적인 검증단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술적 안전성만을 앞세우기보다 주민들에게 선택의 가역성을 보장하는 등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