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7일 (2)
대표 경질에 美본사까지 고개 숙였지만…스타벅스 여론 ‘악화일로’

대표 경질에 美본사까지 고개 숙였지만…스타벅스 여론 ‘악화일로’

승인 2026-05-19 18: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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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불매운동 관련 온라인상 글귀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스타벅스 불매운동 관련 온라인상 글귀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미국 본사까지 잇따라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다. ‘탱크데이’ 행사와 “책상에 탁” 문구를 두고 역사적 비극과 국가폭력의 기억을 상업적 마케팅에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스타벅스가 사과문 발표와 경영진 문책만으로 이번 논란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18에 ‘탱크’ 꺼낸 스타벅스…뒤늦은 사과 릴레이

논란은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스타벅스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 ‘탱크 듀오 세트’ 등을 홍보하며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를 떠올리게 하는 ‘탱크’ 표현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연상시키는 “책상을 탁!”이라는 문구가 함께 사용된 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이에 스타벅스는 두 차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담긴 마케팅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신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분들, 그리고 박종철 열사 유가족분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당 콘텐츠가 내부에서 철저하게 검수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안의 엄중함을 통감”고 인정했다. 이어 “사고 발생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과 임직원 교육 강화 방침도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정 회장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공동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시스템 재점검과 마케팅 검수 절차 강화, 전 임직원 교육 실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논란은 국내 차원을 넘어 미국 본사까지 번졌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는 이날 “한국에서 용납할 수 없는 마케팅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5월 18일은 역사·인간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희생자와 그 가족, 그리고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모든 분들께 깊은 아픔과 모욕감을 안겨드린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내부 통제, 검토 기준, 그리고 전사적인 교육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본사가 특정 국가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해 직접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사적 비극을 밈처럼 소비”…불매 움직임 확산

하지만 연이은 사과에도 논란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왜 하필 탱크데이냐” “역사적 비극을 마케팅 밈처럼 소비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스타벅스 안 간다” “불매해야 한다”는 게시글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특히 행사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됐다는 점에서 반발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 의사를 밝히며 SNS에 스타벅스 텀블러와 머그컵을 버리거나 훼손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5·18 관련 단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경위 파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재대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계엄군의 잔혹성을 상징할 수 있는 ‘탱크’ 표현을 사용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가폭력의 아픔을 상업적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이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거나 가볍게 소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안타깝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지난 과정들을 봤을 때 아직 경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타벅스 측이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적으로도 상처를 준 사안인 만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 역사 인식과 윤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개 숙여도 싸늘한 여론…스타벅스 장기 타격 우려

업계에서는 소비자 여론이 크게 악화된 만큼 단기간 내 논란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지적에 이어 5·18 단체 비판, 온라인 불매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스타벅스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기준도 높기 때문에, 이번 사안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슈가 발생하면, 소비자 신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스타벅스의 향후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이슈가 장기적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나 고객 신뢰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충성 고객이 탄탄한 브랜드인만큼, 신뢰 회복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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