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3)
CAR-T 치료제 ‘국산화’ 첫발…글로벌 제약사들에 ‘도전장’

CAR-T 치료제 ‘국산화’ 첫발…글로벌 제약사들에 ‘도전장’

큐로셀 ‘림카토’ 개발에 약 10년 투자
복지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선정
치료요법·적응증 확대 가능성…日 임상 3상 진행
적자 폭 지속 증가…안정적 수익 환경 조성 과제

승인 2026-05-01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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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셀 CAR-T 치료제 연구개발 모습. 큐로셀 제공

큐로셀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가 허가되면서 CAR-T 치료제 국산화 신호탄이 쏘아졌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 제품이 선점해 온 CAR-T 치료 시장에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첨단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공급 체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승인으로 림카토는 국내 개발 제42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약 10년 동안 큐로셀이 연구개발에 투자한 노력이 ‘국산 1호 CAR-T’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림카토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만든 개인 맞춤형 자가 유래 CAR-T 면역항암제다. 큐로셀이 자체 개발한 ‘OVIS(Overcome Immune Suppression)’ 기술이 적용됐다. OVIS 기술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발생하는 면역억제 신호를 제어해 T세포 탈진(T-cell exhaustion)을 개선하고, 항암 활성이 보다 오래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CAR-T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 외부물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를 추적해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해 유전자 변형을 거친 뒤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림카토가 허가받은 적응증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를 받은 뒤 재발하거나 불응한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이다. 고위험 혈액암인 DLBCL은 림프종의 가장 흔한 형태로, 체내 면역세포인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덩어리를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시 수주 이내에 복부와 흉부의 종양, 지속적인 고열, 야간 발한, 급격한 체중 감소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매년 약 2400~3000명이 새롭게 진단받는 DLBCL은 1차 표준치료 후 환자의 약 40%가 재발을 경험하는데 예후가 좋지 않다.

이번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 2상 시험에서 림카토는 객관적 반응률(ORR) 75.3%, 완전관해율(CR) 67.1%를 기록했다. 안전성 측면에선 CAR-T 치료제의 주요 이상반응으로 꼽히는 중증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발생률이 10%, 중증 신경독성(ICANS) 발생률이 5%로 나타났다.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챙긴 것이다.

정부 지원 결합 성과로 평가…급여 기간 단축 기대

이번 승인은 정부의 역할도 컸다. 당초 큐로셀은 3상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나, 식약처는 허가 심사 과정에서 림카토가 3차 요법 림프종 치료제로 사용되는 신규 CAR-T 제제라는 점 등을 고려해 3상 임상시험을 면제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 다른 글로벌 CAR-T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허가 후 장기추적조사와 위해성 관리계획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이찬종 기자

무엇보다 이번 허가는 식약처 신속심사 제도와 정부 연구개발 지원이 결합된 성과로 평가된다. 림카토는 보건복지부 연구개발지원사업과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또 식약처 첨단바이오의약품 ‘바이오챌린저 프로그램’,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신속처리 대상 지정 등을 통해 개발 단계부터 허가 심사까지 속도를 높였다. 림카토는 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품목으로 선정되며 품목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큐로셀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원부자재 공급망(SCM)도 구축했다. 큐로셀은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프로바이오와 CAR-T 치료제 상업 생산에 필수적인 ‘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상업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CAR-T 치료제 1회 투여에 수억원의 비용이 들었던 만큼 림카토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까지 노바티스, 길리어드 사이언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존슨앤드존슨(얀센) 등 빅파마만이 CAR-T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가 꼽힌다. 킴리아는 1회 투여 비용이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으로, 지난 2022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얀센의 ‘카빅티’(실타캅타진오토류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악시캅타젠실로류셀)가 국내에 허가된 상태다.

환자 접근성 향상 기대되지만…과제도 산적

림카토는 환자 접근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CAR-T 치료제는 1·2차 치료가 모두 실패한 말기 혈액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지만, 까다로운 사용 조건은 장벽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CAR-T 치료를 위해선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해외 본사에 보내 유전자 조작을 한 후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이 과정에만 약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향후 림카토는 혈액암 외에 다른 암종으로 적응증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큐로셀은 림카토를 3차 요법에서 2차 치료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전신 홍반성 루푸스와 성인 백혈병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업용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공장 고도화에도 나선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림카토 허가는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에 커다란 이정표가 됐다”며 “지금까지 노력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CAR-T 기술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연구를 시작한 이후 첫 신약 허가를 받게 됐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CAR-T 기술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산 첫 CAR-T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임상현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치료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CAR-T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해선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의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지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이다.

큐로셀의 향후 과제는 안정적인 수익 환경 조성이다. 큐로셀은 최근 727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회사가 코스닥 상장 이후 2년 반 동안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만 1157억원에 달한다. 림카토 상업화 준비로 인해 큐로셀의 적자 폭은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2023년 311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이듬해 366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63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생산·품질관리·유통 단계에서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재무 안정성 확보가 회사의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대현 기자 프로필 사진
신대현 기자
보건복지, 제약바이오 이슈를 쉽고 균형 있게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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