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 7층 강의실. 평소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만 드나들던 기업설명회(IR) 행사장 세 곳에는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 투자자들뿐 아니라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들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키움증권이 코스닥 상장사 9곳을 초청해 연 ‘코스닥 혁신성장 기업 콥데이(Corp Day)’ 현장이다. 행사 시작 3분 전, 행사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뛰어든 한 개인 투자자는 곧장 토모큐브 세션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이번 행사는 증권사들이 그간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코스닥 스몰캡 종목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리서치 기능을 전면에 세우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스몰캡 리서치 경쟁의 최전선에는 키움증권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모험자본·코스닥 활성화 기조에 가장 빠르게, 가장 공격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고 코스닥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인가와 같은 대형 사업권을 내주면서, 대신 모험자본 투자 비율과 코스닥 상장사 리서치 보고서 확대를 함께 주문해 왔다. 이에 따라 새로 인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들에는 코스닥 전담 조직을 꾸리고 커버리지 종목과 리포트 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라는 정책적 과제까지 부여되면서 리서치센터가 사실상 ‘모험자본 인프라’로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이 기술, 언제 돈 되나”…대표 향한 ‘돌직구’ 질문도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최근 변동성이 컸던 바이오와 이차전지 관련 강의실에는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한 개인 투자자는 한 바이오 상장사 관계자에게 “임상이 마무리된 뒤 3년 후 매출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또 “현재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식이 아닌, 예를 들어 BBB 셔틀 같은 방법을 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등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경기도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왔다는 60대 개인투자자는 “대표에게 직접 사업 내용과 연구 진행 상황을 들으니 스몰캡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된다”며 “이런 자리가 꾸준히 열리면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매 분기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리테일 강자로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코스닥 기업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코스닥 상장사를 담당하는 혁신성장리서치팀에 올해 애널리스트 2명을 충원할 계획이고 내년부터 매년 1명씩 늘려 코스닥 커버리지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스몰캡 애널리스트’ 증원 나서
정부의 모험자본 활성화와 코스닥 신뢰 제고 정책에 발맞춰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지형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보고서 발간 건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스몰캡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질적 경쟁이 붙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AI 하이테크 분석팀’을 신설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AI 엔지니어를 전면 배치해 기존 보조 연구원(RA)이 맡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확보한 인력을 정식 애널리스트로 키워 코스닥 기업 분석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구조 전환을 통해 코스닥 보고서 발간량을 전년보다 25%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리서치 경계를 허무는 입체적 대응에 나섰다. 단순히 상장사 분석에 그치지 않고, 상장 전 단계부터 기업을 관리하는 비상장 리서치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비상장 기업 커버리지와 분석 대상 풀을 넓혀 상장 전(Pre-IPO)부터 이어지는 촘촘한 리서치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도입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나 종합투자계좌(IMA) 등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포석이다.
NH투자증권은 또 개별 종목 분석을 넘어 시장의 주요 테마와 이슈를 관통하는 ‘스몰캡 인뎁스(In-depth)’ 리포트와 산업별 애널리스트가 협업하는 ‘콜라보 리포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다각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탐방 보고서인 ‘탐방백과’ 작성 대상을 대폭 늘려 현장 중심의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역시 코스닥 전담 리서치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그룹 내 파트너스(VC)·액셀러레이터(AC)와의 시너지를 앞세워 창업 단계부터 IPO 이후까지 이어지는 ‘풀체인 리서치’를 표방하며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도 예고했다.
“하고 싶어도 절차가”…금융지주 계열의 하소연
다만 모든 증권사가 이 같은 속도전에 일제히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은행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일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서는 ‘스몰캡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실행 과정에서의 답답함을 호소한다.
한 지주 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 인력을 공격적으로 뽑고 싶어도 은행 등 지주 차원의 인력 운용 가이드라인과 복잡한 승인 절차가 있어 쉽지 않다”며 “당국 요구는 강해졌지만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행어음·IMA 인가 같은 대형 사업권과 모험자본·리서치 역량을 연계시키면서 증권사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서 “이 흐름이 일회성 ‘숙제 풀기’로 끝날지, 코스닥 시장의 만성적인 정보 불균형을 줄이는 계기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