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비대면진료’ 제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가 다시 금지되는 탓이다. 정부·여당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으나, 의료계는 숙의 과정을 거쳐 부작용 없이 안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24일부터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과 관련해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때에는 전화나 화상 통신을 활용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다.
현재 ‘심각’ 단계인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하향될 경우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는 사라진다. 5월 중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5월 초로 개최가 예상되는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종료할 경우, 국내 감염병 위기 단계도 ‘경계’ 혹은 ‘주의’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가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24일 이후 올해 1월31일까지 1073일 동안 2만5967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 건의 비대면진료가 실시됐다.
관련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하자, 복지부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하자는 ‘묘안’까지 내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비대면진료를 통해 국민 의료 이용 접근성과 만족도가 개선됐는데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는데 당정은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의료법이개정되기 전이라도 보건의료기본법 아래 시범사업을 통해서 제한적으로라도 비대면진료를 이어갈 방안은 없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아직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확정지은 건 아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0일 쿠키뉴스에 “시범사업 시행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면서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심각단계 조정에 대비해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정부·여당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달리 의료계와 산업계가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의료계는 지난 2월9일 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만 허용하기로 합의한 만큼,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업계는 대부분의 환자가 초진인 만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진을 허용할 수 있도록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스타트업 의원 연구단체 ‘유니콘팜’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초진까지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건강과 의료진을 위해 필요한 일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대면진료 중계 플랫폼 굿닥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못 하게 되면 관련 업계 30여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의약계와 정부가 조율하는 단계인 것으로 아는데, 정부가 이 기업들을 모두 셧다운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진부터 허용한다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초진부터 허용하는 건 오진 가능성을 높이는 등 우려할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특히 숙의 과정 없이 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이사는 “만약 초진부터 허용하는 방안이 관철된다면 일방적으로 산업계 주장만 담은 것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초진까지 허용하려면 해외사례를 연구하고, 공청회를 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 배송’을 두고는 약사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약 배송은 환자가 전화나 영상 통화로 진료를 받으면 처방전이 동네 약국으로 가고, 약은 택배업체를 통해 환자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식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에 대해 생겼던 약물 오·남용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는데 정부·여당에서는 속도만 내는 모양새”라며 “언제 시작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약 배송과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약은 집 근처 약국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약을 굳이 배송하면 오·남용 부작용 뿐 아니라 시간, 비용 측면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