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찰칵. 찰칵. “유인물 필요하신 분 계신가요?”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음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교수가 나눠 준 강의 자료를 찍는 소리였다. 강의실에 있던 학생 30명 중 10명이 휴대전화와 태블릿 PC로 사진을 찍었다. 촬영을 마친 그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에게 자료를 반납했다.
프린트를 반납한 이모(24)씨는 “종이는 잘 찢어지고 매번 들고 다녀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 태블릿 PC나 휴대전화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조모(24)씨도 “프린트는 굳이 들고 다니면 짐”이라며 “태블릿 PC에 저장하면 휴대전화와도 연동돼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어 훨씬 편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년간 진행된 비대면 강의가 강의실 풍경을 바꿔놓았다. 강의 자료를 뽑기 위해 교내 프린트 기계, 인쇄소에 학생들이 붐비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었다. 교수와 학생들 모두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전공책을 보는 대신 온라인에 PPT 등 수업 자료를 올린다. 학생들은 종이 대신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활용해 강의 내용을 필기한다.
“굳이 종이 쓸 이유 없어요.”
학생들은 종이 프린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30일 오후 1시쯤 강원도 한 대학교에서 만난 대학생 이다혜(25)씨도 코로나19 이전엔 노트에 강의 내용을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태블릿 PC를 활용해 필기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이후 교수님들이 PPT를 활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며 “따로 종이를 프린트하지 않아도 태블릿 PC에 필기가 가능해 편하다”고 말했다. 김모(24)씨도 “교수님이 PPT를 올려주면 태블릿 PC에 다운 받아 사용한다”라며 “요즘 인쇄한 종이에 필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방문한 대학 강의실에서도 종이에 필기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한 강의실에서 수강 중이던 40명 중 1명을 제외한 39명이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사용 중이었다. 홀로 종이에 필기하던 윤모(25)씨는 “종이에 펜으로 적는 것이 편하다”라며 “직접 적어야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활기찬 캠퍼스, 적막한 인쇄소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인쇄소 3곳은 적막한 공기가 맴돌았다. 이화여대와 연세대 정문 앞에 학생들로 북적이는 모습과 상반됐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11년째 인쇄소를 운영 중이라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맞는 개강 특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손님이 오지 않는다. A씨는 “지난해 고장 난 프린트 기계는 고치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쳐도 쓸 손님이 안 오니 고칠 필요성을 못 느낀다”라고 푸념했다.
인쇄소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맞았다. 지난 3년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며 인쇄소를 찾는 학생들이 급격히 줄었다. 이날 A씨의 인쇄소는 오전 9시 문을 열었지만,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비대면 수업 이후 학생들이 태블릿 PC를 이용하게 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 있는 다른 인쇄소 상황도 비슷했다. 이화여대 인근 인쇄소 직원 B씨는 “과거 학기 초가 되면 하루 몇백 권씩 출력해 교재를 만들었지만, 이제 전부 파일로 본다”고 말했다.연세대학교 인근 한 인쇄소도 손님이 없어 프린터기 5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코로나19 때 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인쇄소 사장 C씨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바빠서 정신이 없어야 한다”라며 “(지금은) 하루에 10명 정도만 겨우 낱장 복사하러 오는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쇄소 사장들은 종이 인쇄에 대해 어둡게 전망했다. B씨는 “코로나 전부터 조금씩 인쇄소를 찾는 학생이 줄고 있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PDF 파일이 돌고 있어서 인쇄소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A씨는 “이제 학생들이 오는 건 기대도 안 한다”며 “외주 업체 팸플릿 정도 간간히 하고 있다. 하는 데까지 하고 접을 계획”이라고 털어놨다.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