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유아·초중등·고등·평생교육 분야 관계자와 재정·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20.79% 유지 vs 시대 변화 맞게 개편”…교육부·기획예산처 ‘충돌’
최 장관은 이날 현행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을 단순한 비용으로 보는 접근이기에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20.79% 법정교부율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담은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장치”라며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경기 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기초학력 보장과 학생 마음건강 지원, 이주배경 학생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원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 과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육재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 장관은 교육 수요가 초·중등교육을 넘어 영유아 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까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20.79%라는 교육 투자 안전망은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영유아 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 등 교육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내국세 변동으로 교육교부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 점을 언급하며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조4000억원, 11조원이 추가 교부됐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10조4000억원, 4조3000억원이 줄어들면서 각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예측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 교육 수요에 맞춰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지속 확대 △세수 변동에 따른 재정 변동성 완화 △개편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영유아교육·고등교육·평생교육 등 교육 전반에 재투자 △학령인구 감소를 교부금 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 검토 등을 개편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도 ‘동상이몽’…“공교육 투자 확대 vs 생애주기별 지원 확대”
토론에 참석한 재정 및 교육분야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가 학령인구 감소 등 변화한 교육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72년 학생 수가 1000만명을 넘고 학교와 교원이 부족했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인 만큼 현재와는 교육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또 법인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세수 구조에서는 내국세 연동 방식이 오히려 교육재정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며 “미래 교육 목표와 필요한 재원을 먼저 산정한 뒤 국가 재정 여건과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해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과거 학교가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돌봄과 복지, 학생 정서 지원, 안전관리까지 학교의 역할과 국가 책임이 크게 확대됐다”며 학령인구 감소만을 교육교부금 개편의 근거로 들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초·중등교육 재원을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축소하는 것은 병력이 줄었다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 수는 14.6% 감소했지만 학급 수는 0.2%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학령인구 감소만을 근거로 교육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농산어촌과 원도심은 소규모 학교가 늘고, 대도시는 과밀학급이 심화하는 등 교육 수요가 지역별로 양극화되고 있어 여건에 맞는 교육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학령인구 급감과 4차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은 대학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대학은 17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고 강조했다. 대학 경쟁력 약화는 지역 쇠퇴와 국가 연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현재 교육교부금이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 집중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연령의 아이도 이용 기관에 따라 국가 지원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영유아 교육·돌봄도 교부금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현재 구조로는 성인 역량 저하 등 국가적 과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교육재정을 학생 중심이 아닌 국민 전체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공개 토론을 제안한 데 따라 마련됐다. 교육교부금은 시·도교육청 재정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재원으로 초·중·고교와 일부 유치원 운영에 활용된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로 교육교부금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전문가와 교육계 의견, 온라인 의견 등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부안을 마련한 뒤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