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서 기대한 결과를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제게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오늘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표팀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감독 자리를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이 다시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홍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접했다는 정모(22·여)씨는 “너무 무책임하다. 사퇴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악몽을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퇴 발표 당시 홍 감독의 태도 역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홍 감독은 이날 준비한 입장문을 약 2분간 읽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부진 원인과 선수 기용, 전술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자리를 떠난 데다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퇴장하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박종윤 캐스터는 유튜브 채널 ‘이스타TV’에서 “대표팀을 맡았던 책임자가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고 사임하겠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갔다”며 “‘내가 지금 굉장히 모욕적이라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겠다’는 감정이었다면 말투와 전달 방식, 제스처가 모두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주헌 축구 해설위원도 “써온 입장문을 그냥 쭉 읽는데 아무렇지 않게 ‘사임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매년 월드컵을 챙겨보고 있다고 밝힌 김유신(20·남)씨는 “최정예 멤버를 꾸리고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퇴는 물론이고 감독이 받은 연봉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망이 컸다.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좋은 감독을 선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축구협회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하모(30대·남)씨는 “이번 월드컵 참사는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니라 감독 선임 과정과 전술 부재, 축구협회의 무책임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협회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설명과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 내내 대표팀의 32강 진출을 기원하며 조별리그 경기를 챙겨봤다는 정모(30대·여)씨는 “애초에 홍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앉히는 과정부터 논란이 많았다. 투명한 절차 없이 감독이 선임된 것 자체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의 학연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면서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드러난 무능과 부실엔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를 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월드컵 졸전은 예견된 사태였다고 진단한다”며 “축구협회의 ‘내 편 밀어주기’ 등 축구계 카르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축구협회의 독선과 무능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를 두고 기자회견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 협회의 책임 있는 조치와 쇄신을 촉구했지만 국민의 우려를 외면한 결과 지금의 사태를 맞았다”며 “협회 운영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체육 행정과 한국 축구의 재도약을 위해 끝까지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을 위한 별도의 공항 환영 행사나 해단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원정 월드컵을 마친 대표팀이 공식 귀국 행사 없이 입국하는 것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