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예산시장에서 만난 주모씨(71)는 45년 가까이 예산 전통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해 오면서 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터줏대감이다. 오일장이 열리기 시작한 건 1926년이지만, 지금의 건물 형태를 갖춘 건 45년 전인 1981년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전후를 모두 경험한 그는 “시장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예산시장은 평일 낮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장터광장은 가족과 연인,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준비된 테이블은 절반 이상이 이미 차 있었다. 정육점에서 산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빌린 불판에 구워 먹는 가족, 막걸리와 함께 낮술을 즐기는 중장년층, 디저트를 손에 든 아이들까지 시장 곳곳이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낡은 간판과 장터광장,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이 어우러지며 마치 복고풍 드라마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전주에서 가족과 함께 예산시장을 찾은 박모씨(45)는 “1시간 반 정도 걸려 왔다”며 “다른 전통시장은 먹거리는 있어도 편하게 먹을 공간이 부족한데, 예산시장은 좌석이 잘 마련돼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디저트 종류가 다양해서 정말 좋아했다”며 “가족끼리 편하게 즐기기 좋은 시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변하면서 청년 상인들도 하나둘 예산에 둥지를 틀었다. 8년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 에 나온 박유덕(37)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당시 서툴지만 뚝심 있던 청년 사장은 이제 예산시장에서 ‘골목양조장’을 운영하며 미국 수출까지 준비하는 양조장 대표가 됐다.
박 대표가 보는 예산시장의 경쟁력은 ‘사람이 머무는 힘’이었다. 박 대표는 “예산시장은 다른 전통시장과 비교해도 입점률이 높은 편”이라며 “그만큼 장사가 되는 시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에서도 시장을 중심으로 관광과 여행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예산시장도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각종 법령 위반 의혹이 잇따르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24년 404만명까지 늘었던 방문객은 지난해 130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식품위생법·원산지표시법 위반 의혹이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된 이후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올해 5월 기준 방문객은 이미 140만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방문객 수를 넘어섰다. 3년 간 누적 방문객도 1060만명을 돌파했다.

장터광장에서 만난 김국헌씨(30)도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상인이다. ‘프로듀스101’ 아이돌 출신인 그는 장사 서바이벌 프로그램 ‘레미제라블’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백종원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2024년 수도권을 떠나 예산 장터광장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김씨는 “예산으로 내려오자마자 여러 일이 터졌지만 오히려 ‘인생이 원래 쉽게 되는 건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이 정도 일로 포기하면 앞으로 뭘 해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으니 작년보다 손님은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상인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씨는 “외향적인 동료들, 상인들과 함께 직접 시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할로윈에는 가게를 장식하고 사자보이즈 의상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며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설치하고, 설에는 광장에 멍석을 깔아 윷놀이와 제기차기 행사도 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개장 100주년을 맞은 예산시장을 바라보며 그는 “앞으로는 백 대표님에게 의존하기보다 상인들이 스스로 이벤트를 만들고,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창업을 배우는 입장에서 식당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는지 살펴보고 싶었다”며 “간판을 옛날 복고풍 콘셉트로 통일한 점이나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맞춘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가게보다 시장 전체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앞으로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상인들이 일관된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예산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에서 조리·베이커리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상시 운영하고, 청년 창업자에게는 일부 점포를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해 육성할 계획이다.
백종원 대표는 “지역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지역민과 함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며 “기업의 ESG 활동을 넘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