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개월간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전체 신입 채용 공고 3분의 1에 ‘경력 우대’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이 공공연하게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취업 시장에 막 뛰어든 ‘진짜’ 신입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9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취업 정보 전문 기업 잡코리아에 올해 2분기(4~6월) 올라온 신입 채용 공고 중 ‘유관 업무 인턴‧알바 경험자’ 혹은 ‘유관 업무 경력자’를 우대사항으로 내건 전체 채용 공고가 33.1%(3만2000여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11.5%)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 채용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채용 공고 우대 사항에 나타난 상징적인 결과다.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기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채용 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여기는 기업의 비중이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1년 만에 16%p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시장의 가장 큰 변화를 묻는 2024년 경총의 조사에서는 ‘경력직 선호도 강화’(56.8%)가 1위, ‘수시 채용 증가’(42.2%)가 2위를 차지했다. 또 향후 채용 방향을 묻는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경력직을 위주로 뽑겠다는 응답이 70.8%에 달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설문조사에서도 기업의 경력 있는 신입 선호를 확인할 수 있다. 6년 전인 2020년 취업정보 전문기업 사람인에서 진행한 조사에서 ‘올드루키를 선호한다’고 답한 기업은 292개 기업 중 60.6%였지만, 지난해 10월 진행한 ‘경력 있는 중고 신입’ 선호도 조사에서 ‘선호한다’고 답한 기업이 662개 기업 중 87.9%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서’(79.0%·복수응답) ‘교육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48.5%)’였다. 응답 기업의 80.8%가 중고 신입 채용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51.8%)은 이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력 있는 신입 선호 현상이 급격히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청년 신규 취업자 규모 축소와 경력 취업자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는 상용직 신규 입사자 중 무경력 취업자와 경력 취업자의 비중이 각각 50% 정도였다. 하지만 경력 취업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2020년에는 경력직 비중이 62.6%로 증가했다. 2년 만에 무경력 취업자는 2.2%(4만8000명) 감소하고, 경력 취업자가 1.5%(1만6000명) 증가한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동시장이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바뀐 것”이라며 “기업의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데,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은 많아졌다. 기업 입장에선 사람을 직접 키우는 데 돈을 들이기보다 경력을 보고 어느 정도의 직무 역량을 갖춘 사람을 골라 뽑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대졸자들의 신규 취업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청년들도 경력을 만들기 위해 인턴이나 중소기업 경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자체가 변해왔다”며 “지금의 ‘경력 있는 신입’ 현상도 그런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게 된 채용 구조 변화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요즘 청년들은 기업들이 신입 채용에서 경력을 요구하며 점점 높아지는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체감하는 중이다. 권미주(32‧가명)씨는 “요즘 올라오는 채용 공고를 보면 ‘진짜’ 신입 공고가 별로 없다. 경력자 혹은 관련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만 찾는다”라며 “청년들은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를 하는데, 정작 회사에선 청년들이 쌓기 어려운 직무 경험을 요구하고 있어 간극이 있다”고 털어놨다. 여희진(26‧가명)씨도 “요즘 경력 없는 신입 구직자는 취업하기가 어렵다”라며 “면접장에 가면 신입 채용인데도 경력 있는 지원자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신입 채용 공고의 경력 우대 사항은 청년들의 취업 준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키뉴스가 지난 5월22일부터 6월15일까지 20‧30대 청년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취업 준비 방향을 바꿨다고 밝힌 응답은 71%(75명)에 달했다.
93.4%(99명)의 청년들이 최근 신입 채용 공고에서 ‘관련 경험 우대’ 항목을 본 적 있다고 답했고, 89.6%(95명)는 채용 공고에서 요구하는 ‘관련 경험’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72%(76명)의 청년들은 ‘인턴 등 실무 경험 1회 이상’, ‘1년 이상 실무 경력’이 취업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한 청년들이 신입 채용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4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은 취업 준비 과정의 어려움으로 ‘경력직 선호 등 신입채용 기회 감소’를 가장 많이(27.5%) 언급했다. 또한 15.9%의 대학생이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청년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부담이 돌아오는 측면도 있다. 경력을 쌓아야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탓에 첫 취업 나이가 늦어지고, 평생 소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의 확대가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사회초년생의 생애 총 취업 기간(취업 후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단축시켰다고 분석했다. 평생 소득도 3억9000만원(연 5% 금리의 현재가치로 환산)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할 것이라 추정했다.
취업이 늦어지면 결혼·출산·내 집 마련 결정도 함께 밀린다. 유재은 전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청년 개인과 가정이 부담하던 비용이 정부 재정 부담, 출산율 하락과 내수 부진 등 사회에 전가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라며 “단순히 청년 채용 트렌드의 변화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력 있는 신입 선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처럼 구직 기간 장기화가 집단으로 나타나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는다”라고 짚었다. 권다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장기화되고, 고용 활력이 저하된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청년 구직자들의 불이익을 완화할 수 있는 공공 정책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이예솔 김수지 서지영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