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7일 (2)
서울 곳곳이 ‘붉은 악마’ 광장으로…초대형 전광판이 바꾼 응원 문화

서울 곳곳이 ‘붉은 악마’ 광장으로…초대형 전광판이 바꾼 응원 문화

옥외광고 규제 완화로 서울 도심 곳곳에 초대형 전광판 확산
광화문·명동·여의도 분산 응원…안전성·접근성 높아져
기업 팝업·체험 행사 결합…거리응원도 새로운 축제 문화로
집단 열기는 다소 옅어져…“대표팀 성적이 응원 문화 좌우”

승인 2026-06-2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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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중된 월드컵 거리응원 공식이 깨졌다. 서울시의 옥외광고 규제 완화로 도심 곳곳에 초대형 전광판들이 들어서면서다. 응원 공간이 다양해지면서 시민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방식과 풍경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곳곳이 거리응원 열기로 붉게 물들었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명동, 여의도 등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장소마다 ‘붉은 악마’가 모여들면서 도심 전체가 하나의 응원 광장으로 변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이날 낮 12시 기준 대한축구협회 추산 2만2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마당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 앞에도 주최 측 추산 8000여명이 응원에 나섰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도 시민 400여명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25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신세계스퀘어’로 생중계됐다. 유정민 기자
25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신세계스퀘어’로 생중계됐다. 유정민 기자
옥외광고 규제 풀자 초대형 전광판 확산…거리응원 지형도 바꿨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거리응원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정부의 옥외광고 규제 완화 정책이 있다. 정부는 옥외광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6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시작으로 지난해 광화문·명동과 부산 해운대를 제2기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 정책을 확대해왔다.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되면 광고물의 모양과 크기, 설치 방법 등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에 따라 광화문의 조선일보, 동아일보, KT,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명동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건물 외벽에는 초대형 디지털 전광판이 잇따라 들어섰다. 과거에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별도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야 거리응원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건물 외벽의 초대형 전광판이 자연스럽게 거리 응원 공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인파는 분산되고 접근성은 높아지고…달라진 거리응원 문화

응원 공간이 늘어나면서 거리응원 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인파 분산이다. 과거 광화문광장에 집중됐던 응원 인파가 여의도와 명동 등으로 나뉘면서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력이 인파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광화문광장에 집중되던 거리응원전이 여의도·명동 등으로 분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은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에 안전관리 인력 1193명을 투입해 인파 밀집 사고에 대비했다.

응원 장소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지도 넓어졌다.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장소를 골라 응원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 용인에 사는 정모(20·남)씨는 이날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 응원전을 찾았다. 정씨는 “대전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서울에 와 함께 응원하게 됐다”며 “광화문도 있지만 여의도도 우리나라의 중심 아닌가. 광화문보다 오기 편해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 응원전에 아이와 함께 참여한 송혜진(43·여)씨는 “아이가 월드컵을 처음 접하는 만큼 현장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명동이 광화문이나 여의도보다 덜 붐빌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한국투자증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한국투자증권
경기만 보는 시대 끝…기업 팝업 결합한 체험형 응원도 확산

거리응원의 주최와 운영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눈에 띈다. 기업들은 공연과 이벤트, 경품 행사, 브랜드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거리응원을 체험형 팝업 행사로 확장하고 있다. 경기 관람에 머물렀던 거리응원이 시민 참여형 도심 축제이자 새로운 마케팅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KT는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남긴 응원 메시지와 영상을 미디어월에 송출하고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은 앱 참여 고객에게 식음료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룰렛 경품 이벤트를 마련했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은 마스코트 풍선 포토존과 응원 굿즈, 쿨링 아이템, 푸드트럭, 무료 식음료 등을 제공하고 이벤트존을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20·여)씨는 “여의도에서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의자도 마련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다음에 경기가 열린다면 새벽에라도 응원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분산 응원에 ‘하나 된 함성’은 줄어…응원가 파급력도 약화

다만 거리 응원 인파가 분산되면서 과거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집단적 열기는 다소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의 장소에서 같은 응원가를 부르고 하나의 함성을 만들던 경험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여의도에서 경기를 관람한 유모(29·남)씨는 “대표팀에 대한 성원이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축제 분위기나 사람으로 꽉 찬 느낌은 나지 않는다”며 “여러 장소로 사람이 나뉘다 보니 월드컵 분위기가 좀 덜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같은 변화는 응원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월드컵 응원가가 출시되고 있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오 필승 코리아’처럼 전국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징적 응원가는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집단적 응원 문화가 약화될수록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적 콘텐츠의 영향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전이 열렸다. 남동균 기자
“대표팀 성적이 다시 응원 문화를 바꿀 것”

전문가들은 향후 거리응원이 대표팀 성적과 국민적 관심도에 따라 다시 결집하거나 더 분산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월드컵은 열기가 국민적으로 끓어오르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낮은 편이어서 광화문이라는 중심지에서 응원 열기가 본격적으로 터지기보다, 편의성을 고려해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응원이 펼쳐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 평론가는 “대표팀이 다시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대중을 하나로 묶을 만큼 사회적 붐이 일어나야 과거와 같은 대규모 단체 응원 결집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유정민 인턴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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