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포용금융을 일회성 민생 대책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작동 방식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에 나선다.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의 지속 가능한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 확대와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19층 대강당에서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의 첫 공식 일정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은 금융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 금융이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 일찍 조정하며 더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길”이라며 “좋은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더 잘 식별하고 회복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평가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포용금융 복지 시혜 아닌 생산적 정책”
발제를 맡은 임수강 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은 금융산업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모두 수행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유인과 공적 규율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박사는 금융배제를 금융기관의 공적역할 약화가 드러난 현상으로 진단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일시적 실업자, 저소득층 등이 정량적 기준에 따라 금융시장 밖으로 밀려날 경우 불평등 심화와 사회갈등 비용 증가, 노동력 손실 등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구조적 대응 방안으로 ‘포용금융 확대’를 꼽으며 대형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포용금융은 복지 시혜가 아닌 생산적 정책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현재 한국 금융이 부동산 담보와 고신용자 위주의 극단적 리스크 회피 구조로 굳어진 결과 중소벤처기업과 저소득층이 사실상 금융 접근권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시장실패’ 상태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기본권의 정립·확산과 더불어 보편적 디지털 금융역량 제고 등 신용인프라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기본권 논의도 이어졌다. 승이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업은 사기업이긴 하지만 국가에 의해 과점 시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위기 시 국가의 공적지원을 받기 때문에 은행이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승 교수는 “금융기본권이 인정된다면 금융거래 제한, 금융배제 문제에 대해서 금융소비자가 국가에 적극적인 보호를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이를 바탕으로 은행의 금융배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본권의 과도한 확장은 은행의 영업 자유와 재정건전성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포용금융의 질적 확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본권 논의는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현존하는 기본권으로도 포섭이 가능하고 보는 경우가 있고, 기본권보다 법률상 권리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포용금융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에서 헌법적 보장 방식을 택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금융접근성이 좋은 국가고, 정책금융의 규모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포용금융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므로 서민금융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적절히 활용해 개선시키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회생’보다 ‘회수’ 택한 캠코 채권관리 지적도
토론회에서는 ‘회생’보다 ‘회수’에 방점이 찍힌 캠코의 채권 관리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순덕 롤링주빌리 상임이사는 “공공 배드뱅크 운영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무자의 장래 소득이나 미래에 형성될지도 모르는 자산까지 회수 가능성으로 보며 배드뱅크 채권을 장기간 보유·관리하는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캠코가 채무자 보호와 재기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채권 회수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경제적 회생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종국 캠코 부사장은 “규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채무자 개별 사안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생업용 재산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를 마련했는데, 좀 더 촘촘히 제도를 정비하면서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융위원장도 “상환 능력을 따져보고 부실채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하다보니 채권자 재기를 막아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연체 채권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금융사 “인센티브·데이터 규제 완화해야”
현장에서는 포용금융 자발적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포용금융 확대의 가장 큰 제약이 중·저신용 차주 중심의 높은 연체율 등 건전성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연체율은 0.29%로 1년 전(0.33%)에 비해 0.04%p 줄었다. 반면 포용금융 영역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올해 3월 말 기준 2.28%로 지난해(1.93%) 대비 0.35%p 증가했다.
다만 고 부사장은 “건전성 이슈에도 포용금융 확대는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포용금융의 양적 확대와 금리부담 완화를 통한 비우량 고객의 우량 고객화 유도, 대안신용 평가 강화 등 세 축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포용금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을 향한 건의사항도 있었다. 고 부사장은 금융사의 참여를 위해 출연료 감면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요청했다. 또 대안 신용평가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박종춘 JB금융지주 부사장도 “자율적 확산이 지속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인센티브 부여에 동의한다”며 “출연료 감면 등 RW 조정 등이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JB금융 부사장은 현재 신용평가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 공공정보, 민간정보 등을 통합한 포용금융 특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2금융권의 애로사항도 있었다. 박현용 SBI저축은행 전무는 “금리 단층이 1금융권에서는 하단에 위치하지만 2금융권에선 상단에 위치해 있어서 비용 구조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저축은행 업권이 예금보험료와 대출 비교 플랫폼 수수료율 등이 타업권 대비 높다”며 “다중채무자의 경우 30~50% 수준의 추가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단순히 다중채무 여부로만 실질적인 부실을 판별하기 어렵기에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를 할 때 대출 이용 업권에 따른 차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실질적 금리 혜택이 있어도 2금융권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피력했다.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내 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는 이달 중 첫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운영 방향 및 논의 과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