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지선 끝, 다시 도는 금융시계…지배구조·코인법·과징금 ‘촉각’

지선 끝, 다시 도는 금융시계…지배구조·코인법·과징금 ‘촉각’

승인 2026-06-05 1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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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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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멈춰 있던 금융당국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선거 국면을 의식해 속도 조절 기조를 유지하던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홍콩 ELS 과징금 결정을 시작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부동산 및 가계대출 규제 등 굵직한 현안 처리에 본격 시동을 걸 전망이다.

과징금 4조→6000억…은행권 한숨 돌렸지만 ‘솜방망이’ 비판 여전

금융감독원은 지방선거 다음 날인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은행권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6000억원대로 감경했다. 직전 의결액(1조4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징금은 내부 최초 산정액 4조원 안팎에서 1차 조정(약 2조원대), 2차 조정(1조4000억원대)을 거쳐 이번에 다시 6000억원대로 낮아졌다. 금융위가 사실관계·적용 법령·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재안을 돌려보내자, 금감원이 재심의를 거쳐 위반행위 중대성을 기존 ‘중’에서 ‘하’로 조정하면서 과징금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이다.

금감원 측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 첫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례인 데다 위반 건 상당수가 법 시행 초기에 발생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향후 유사 사례에는 보다 엄정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과징금이 1조원을 웃돌 경우 분기 실적과 배당 여력에 미칠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다만 개별 투자자 손실 규모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다는 비판과 정치권의 역풍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지배구조 개선안 ‘임박’…3연임 제한·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담길 듯

금융당국의 다음 행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될 전망이다. 당국은 올 1월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시키고 3월 발표를 내부 목표로 삼았지만, 정국 상황과 지방선거 일정을 이유로 발표가 거듭 늦춰졌다. 3월에는 발표 날짜까지 잡혔다가 당일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주도권 갈등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조기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정은 재차 밀렸다.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절차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책임·독립성 강화, 내부통제 책임 명확화 등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회장 3연임 제한, 사외이사 임기·연임 규율 강화, 이사회 평가 결과 공개 확대 등이 패키지로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국내 금융지주에서는 현직 회장이 인사·평가권을 쥔 채 이사회 다수를 사실상 ‘친경영진’ 인사로 채우고, 동일 인물이 수차례 연임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규제 강도를 둘러싼 금융권의 우려도 적지 않다.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괄적인 규제 강화는 오히려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부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단기 정치 논리에 경영이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종안에는 단계적 적용이나 금융회사 규모·특성에 따른 차등 적용 등 완충 장치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상반기 처리 무산…9월 이후로 ‘뒷걸음’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율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이은 2단계 입법으로, 발행·유통·공시·스테이블코인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룰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 디지털자산 TF가 연초 설 연휴 전 발의·처리를 목표로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금융시장 변동성과 선거 일정을 이유로 회의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결국 상반기 처리 시한을 넘겼다.

핵심 쟁점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수준 등이 꼽힌다. 여야·정부·업계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법안 심사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정무위 재구성, 지방선거, 상임위 인사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심사는 빨라야 9월 정기국회 이후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초 당정이 지난해 말까지 2단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도화 시계가 예상보다 길게 늘어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클래리티법’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입법이 한 단계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규제 공백과 불확실성 탓에 디지털자산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가계대출은 ‘핀셋 조정’…단계적 추진 유력

부동산·가계대출·세제 개편 등 민감도 높은 정책 영역에서는 선거 민심을 반영한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는다. 새 정부·여당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가계부채·집값·세금 문제를 둘러싼 민심의 피로감을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중도·무당층에서 “조세·부동산 정책이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만큼, 추가 규제 완화나 세제 변경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가계부채 규제 완화나 보유세·양도세 개편, 부동산 규제 완화처럼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사안은 단계적 보완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민·실수요자 보호 및 금융시장 불안과 부동산 가격 재자극 우려를 동시에 관리하는 ‘핀셋 조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거를 의식해 미뤄뒀던 과제들이 이제는 하나씩 결론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손볼 곳은 손보되 시장 충격은 최대한 흡수하려는 세밀한 속도 조절이 당분간 금융정책의 기본 패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정기국회와 상임위 재편 등 정치 스케줄이 이어지는 만큼, 핵심 금융법안 논의가 다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홍콩 ELS 제재와 지배구조 개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순차적으로 재개되면 하반기에는 ‘멈춰 있던 입법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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