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국내 증시는 전인미답의 고지인 코스피 8000선을 돌파하며 축배를 드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외국인들의 거센 차익실현 매물을 부른 탓이다. 결국 지수는 단숨에 7400선까지 밀려나며 고점 대비 가파른 변동성을 노출했다.
이번주 국내 증시는 이 같은 변동성 확대 구간을 지나며 일시적인 숨 고르기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을 결정하는 펀더멘털과 이익 추정치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장중 8046.78포인트까지 치솟으며 8000선을 터치한 이후,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락세로 돌아서며 전주 대비 제자리걸음인 7493.18로 장을 마쳤다.
유가·금리 우려에…“단기 횡보 불가피”
최근 시장을 뒤흔든 가장 큰 요인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거시경제 불안과 지정학적 노이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가 각각 3.8%, 6.0%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유가와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물가 부담과 할인율 상승,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지수가 횡보하거나 조정을 거치는 기간 소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6월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조정 국면을 하나의 ‘숨 고르기 구간’으로 본다는 의미다.
삼성증권 역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글로벌 국채 금리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매크로 압박이 강해진 만큼, 강력한 이익 모멘텀을 보유한 개별 종목(마이크로) 사이에서의 중심 잡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1만 시대…반도체 ‘빅2’가 이끌 것”
지수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주도 섹터로만 몰리는 ‘쏠림 현상’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6년 코스피 예상 순이익 689조원, 2027년 853조원과 2010년 이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9.96배를 감안하면 코스피가 중장기적으로 10000포인트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코스피 12개월 선행 순이익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비중이 72%에 달한다”면서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48%) 확대를 단순한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Big2’ 쏠림이 주가만 앞서간 결과가 아니라 이익 기여도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삼성증권 또한 매크로 부담이 심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이익 체력이 가장 튼튼한 반도체 Big2로의 유동성 집중이 지속될 것이며, 순환매가 나타나더라도 범AI 수혜주 안에서 제한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SK하닉 시총 삼전 추월, 강세장 ‘종료’ 시그널 가능”
물론 향후 경계해야 할 기술적 과열 시그널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하나증권은 기업 이익과 버블 붕괴의 시사점으로 2000년 테크 버블 당시 시스코시스템즈의 사례를 언급했다. 2000년 3월 당시 주가 과열로 마이크로소프트와 GE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던 시스코시스템즈의 순이익은 GE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즉, 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주가 과열로 시총 1위가 바뀌는 국면에서 버블이 붕괴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강세장 종료의 또 다른 시그널은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순이익 추정치(2026년 280조원, 2027년 349조원)가 SK하이닉스(2026년 208조원, 2027년 272조원)보다 크기 때문에 당장 버블 붕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단기 실적 공백기와 매크로 불안을 통과한 이후, 하반기 증시를 다시 견인할 구조적 촉매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뚜렷하다.
NH투자증권은 전쟁 리스크로 유발된 가격 급등이 중장기 추세 상승보다는 단기 오버슈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미·이란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분기 실적 모멘텀이 재강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김병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IT 기술 격차가 재확인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 ADR 상장 가능성에 따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등이 상승 추세 지속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