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는 분명히 있어요. 하나의 위기 가구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죠.”
공주식(68·남) 양재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희망우체통’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희망우체통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상황을 엽서로 전달하면, 복지 담당자가 확인해 지원으로 연결하는 통로다.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위기가구를 주민 참여로 찾아내기 위한 장치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1동 주민센터 앞. 주민들이 오가는 출입구 인근에는 분홍색 우체통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겉으로는 일반 우체통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달랐다. ‘힘겨울 땐 함께함’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고, 우체통 위에는 엽서와 볼펜이 꽂혀 있었다. 엽서에는 이름과 나이, 주소 등 기본 정보와 함께 이웃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적도록 안내돼 있었다.
희망우체통 ‘함께함’은 서초구가 이달부터 도입한 참여형 복지사업이다. 양재1동 복지팀이 위기가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발굴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추진됐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위기 징후를 행정에 전달하면, 복지 담당자가 해당 가구를 찾아가 상담과 지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 사업의 핵심은 ‘발굴’이다. 공 위원장은 “어려운 이웃이 있어도 찾아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희망우체통은 대면하지 않고도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중간 터미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행정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권인숙 양재1동장은 “복지 대상자가 많다 보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민이나 협의체 위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알려주면 찾아가 도와드리자는 취지로 ‘함께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재1동은 서초구 내에서도 복지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전체 인구의 약 10%가 거주하지만 복지 대상자는 30%가 집중돼 있다. 임대주택과 고시원, 반지하 주거지가 혼재돼 있어 위기가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 남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배장은 복지1팀장은 “이분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고, 부끄러워서 직접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요리 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남성 참여가 저조할 정도로 외부 활동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 인지도와 참여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 본격적인 외부 홍보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주민센터는 선거 기간 등을 고려해 홍보를 자제해 왔으며, 현재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을 중심으로 설치 사실을 알리는 단계다. 향후 통장단 회의와 반상회 등을 통해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함께함’이 설치된 양재 민원분소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체통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80대 여성 양모씨는 “우체통인 줄만 알았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면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사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50대 남성 김모씨도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