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이 끝나고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집행과 인프라 정책이 전기차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단순히 보급 대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지방비 보조금 설계와 충전 인프라 운영, 지역 산업 연계 정책까지 지자체가 전기차 시장의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기차 보급 회복세 속에서 지자체 보조금 조기 소진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방 정부가 보급 확대와 산업 경쟁력, 사용자 편의까지 함께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는 전기차 보급에 있어서 연간 최고 기록을 세운 해로 이런 전기차 확대 흐름을 차질 없이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발생한 보조금 소진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정 회장은 “4월 초인데도 전국 160개 지자체 중 승용차는 45개(28.1%), 화물차는 54개(33.7%)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소진된 상황”이라며 “지자체는 정부의 국비 우선 지원·사후 정산 방안을 적극 활용하고, 하반기에는 추경 예산 확보 등 재정 보완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 산업 지역 의존도 높아…전동화 전환에 지자체 역할 더 커져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전동화 전환 국면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부품사와 연구기관이 집적된 국내 산업 구조를 언급하며, 산업 변화가 곧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례처럼 자동차 산업 부진이 지역 상권과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며 구조적 취약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온도차를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시장은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가 150% 이상 증가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수입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점은 우려되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결국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 난이도도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2030년 420만대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80만대 이상 판매가 필요하다”며 “보조금과 인프라, 생산 기반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도 생산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실증, 서비스, 충전 인프라까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비 보조금이 수입 전기차 비율 좌우?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수석전문위원은 지방비 보조금이 전기차 시장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4~2025년 보조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방비 보조금이 높을수록 수입차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소득 수준보다 지방비 보조금이 시장 구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수입 전기차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며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 전문위원은 “2025년에는 수입차 평균 구매가격이 국산차와 거의 유사한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보조금 정책은 단순히 몇 대를 보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차량이 시장을 차지하느냐를 결정하는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은 보급 정책이면서 동시에 시장 구조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허 전문위원은 “지자체는 보조금을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시장 형성 수단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몇 대를 보급했는지보다 지역 산업을 얼마나 활성화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정부도 지방비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책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조금 조기 소진 외에도 실제 사용자 관점의 충전 불편과 제도 충돌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를 육성해 왔지만 충전사업자들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며 “수도권은 괜찮지만 지역으로 가면 충전기 고장이나 운영 중단 문제로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지에서 충전 불편을 겪으면 지역 방문 경험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며 “지자체가 구매보조금뿐 아니라 충전기 유지관리와 체감형 혜택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