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수급 문제 없는데”…편의점·마트 텅 빈 종량제봉투, 본사도 ‘속수무책’ [현장+]

“수급 문제 없는데”…편의점·마트 텅 빈 종량제봉투, 본사도 ‘속수무책’ [현장+]

“들어오는 건 그대론데 바로 품절”…편의점·마트 종량제 ‘품절 대란’
각 지자체별 공급 구조에 본사 개입 어려워…점포별 대응도 재량
실제 종량제 매출 200% 이상 급증…“사재기 부작용도 소비자 몫”

승인 2026-04-01 1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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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는 모습. 이다빈 기자 

“들어오는 건 그대로 들어오는데 언제 동날지는 몰라요. 전쟁 나도 물건 들어오는 건 문제 없다고 하는데 찾는 사람이 많으니….”(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 점주 A씨)


중동 전쟁 여파로 촉발된 ‘종량제 봉투 대란’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봉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종량제 봉투는 일반 상품과 달리 가맹점이나 매장이 지자체에 직접 발주해 공급받는 구조인 만큼, 수요가 급증해도 유통사 본사가 물량을 조절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현장에서는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채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1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일대 편의점 5곳 중에서는 3곳이 종량제 봉투가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한 곳은 가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10ℓ와 20ℓ 제품이 모두 소진돼 50ℓ와 75ℓ만 남아 있었고, 또 다른 곳은 5ℓ부터 50ℓ까지 묶음을 이상 없이 판매하는 등 매장마다 상황이 제각각이었다.

대형마트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영등포구 일대 대형마트 3곳 가운데 종량제 봉투를 기존처럼 종류별 묶음으로 판매하는 곳은 없었으며, 1곳은 전면 품절 상태였고 나머지 2곳은 1인 1매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어제 납품직원이 오기로 했는데 들어오지 않았고 오늘은 들어올 것 같다”며 “이 지역이 아파트 단지도 크고 빌라촌도 가까워 종량제 물량이 빠르게 빠지는 건 흔한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재기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갖다놓자마자 금방 품절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직원 역시 “오늘 발주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내일 오시면 또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진열되는 순간 그때 방문한 고객들이 대부분 구매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하면 납품이 들어오는 오후 2시쯤 방문해야 구매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요는 급증했다. CU의 경우 지난 3월 23일부터 31일까지 종량제 봉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일반 종량제 봉투는 252.4%, 음식물 봉투는 202.2% 증가했다. GS25(3월 25일~3월 31일) 역시 243.7% 늘었으며, 이마트(3월 22일~3월 31일)와 롯데마트(3월 23일~3월 31일)도 각각 258.2%, 135% 증가하는 등 판매량이 급증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는 모습. 이다빈 기자 

문제는 정부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품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 절반 이상이 6개월치 이상의 종량제 봉투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격 역시 지자체가 관리하는 만큼 인상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재고도 충분하고 원료도 있다”며 “특정 지자체의 준비 부족 문제는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와 국제 유가 상승 이슈 등이 맞물리며 사재기 양상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거나 발주를 통해 재고를 보충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등포구청 역시 “현재 봉투 재고 및 수급에는 긴급한 문제가 없다”고 안내하고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근 6개월 평균 발주량의 120% 초과 발주 제한 △1인당 최대 10매 판매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종량제 봉투는 지자체가 공급을 관리하는 공공재 성격의 상품으로, 일반 유통 상품처럼 본사가 물량을 조정하기 어렵다. 지자체별 공급 방식도 달라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급증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개인사업자인 만큼 본사가 판매나 운영에 직접 관여하기 어렵고, 종량제 봉투 역시 점주가 직접 구매하거나 납품업체가 배송하는 등 방식이 다양해 일괄 관리가 쉽지 않다”며 “안내문 부착이나 안전재고 확보 권고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도 “구매 제한 역시 지자체 지침을 따르는 수준이며 본사가 개별 점포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대부분 점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유통업계 모두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재기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없다고 하니 나도 불안해서 사게 된다. 1인 가구다 보니 일회용품 소모가 많아 쓰레기가 금방 쌓이기 대문에 종량제 봉투가 없다고 하면 집 환경이 바로 지저분해질 것 같아 불안해 미리 몇 개 쟁여야 하나 싶다”며 “구청에서 문제가 없다고 한 만큼 사재기가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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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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