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교수는 17일 국립암센터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AI 모델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필수 요소가 바로 환자 데이터로, 이 데이터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금광과 같은 자원”이라며 이 자원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암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암 연구 분야에서 AI 활용은 기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립암센터의 암 데이터 축적 성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립암센터는 전국 암 등록사업을 통해 약 500만 명의 암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 약 300만 명 규모의 암 임상 데이터 플랫폼 ‘K-CURE’를 구축했다. 현재는 약 8만 명의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유전체 정보를 연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캔서 문샷(Cancer Moonshot)’에 국립암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캔서 문샷은 글로벌 암 정복 프로젝트로, 암 연구·치료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공동연구가 성사된 배경으로는 국립암센터의 연구 인프라와 국내 암 전문 의료진의 임상 역량, 병원 네트워크가 꼽혔다.
황 교수는 “한국이 갖고 있는 병원 네트워크와 인프라, 환자 데이터는 미국에서도 갖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AI 시대에서 알고리즘 자체보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환자 데이터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는 환자 데이터뿐 아니라 뛰어난 임상의와 연구자들이 있다. 데이터를 가진 우리가 오히려 AI 기업을 상대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라며 “이 자원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임상 정보와 조직·세포 정보를 표준화하고,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교한 데이터로 전환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단순히 환자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의 데이터를 3차원 암 지도로 만들고,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로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국이 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신약 개발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경고도 내놨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임상데이터 확보와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빠르게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한국이 얼마나 많은 골든타임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고 본다”며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 있더라도 데이터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뭔가를 창출해내야 되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라고 평가했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국내 암 연구와 정책, 환자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라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단순한 암센터를 넘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역할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며 “지난 25년간 쌓아온 성과와 역할이 충분히 인정받아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