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과징금 깎였지만…은행권 ‘ELS 포기론’ 확산

과징금 깎였지만…은행권 ‘ELS 포기론’ 확산

과징금 6000억대 감경에도 은행권 고심 깊어져
“비용·리스크가 변수”…ELD·ETF 등 대체 상품 안착도 원인
“고객 불신 깊어…과거처럼 쉽게 파는 구조로 못 돌아가”

승인 2026-06-10 06:00:04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관련 상품 판매를 멈춘 은행권이 재개 여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과징금 규모는 당초보다 크게 줄었지만, 비용·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내부적으로는 ELS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6000억원대로 감경해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2021년 초 이후 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 하락과 3년 만기 도래에 대규모 손실을 맞았다.

최초 검토 당시 약 4조원에 달했던 과징금은 논의 과정에서 2조원, 지난 2월 1조 400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금융위의 법리 보완 요구에 따른 재심의를 거치면서 직전 제재안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최종 감경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 첫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례인 데다 위반 건 상당수가 법 시행 초기에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종 제재 수위 확정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과징금 깎였지만…최종 확정 전까지 관련 작업 ‘올스톱’

과징금 규모는 대폭 줄었지만 은행권의 ELS 판매 재개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홍콩 ELS 신규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과징금 수위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판매 재개 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며 “감독당국과 판매 준칙, 취급 점포 지정, 점포 인테리어 개선 등을 논의하던 중 과징금 결론이 지연되면서 관련 인프라 정비 작업이 사실상 ‘홀딩’ 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은행들이 판매 재개를 주저하는 이유는 ‘위험 대비 수익이 너무 낮다’는 내부 인식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개선 방안’에 따르면, 향후 ELS 등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전용 상담실과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거점 점포’를 지정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B은행 관계자는 “ELS를 다시 팔려면 인력, 시스템, 점포 레이아웃까지 손을 봐야 하는데, 가벽 설치 등 분리 공간 공사에도 적잖은 돈이 든다”면서 “당국 세부 기준이 나중에 또 바뀔 수 있는 점도 변수”라고 토로했다. 이어 “과징금이 확정되면 자본비율 관리도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과거처럼 대규모로 판매할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아래서 불완전판매 논란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ELS 구조 특성상 설명 의무를 아무리 강화해도 분쟁 소지가 남고, 분쟁 발생 시 은행 책임 범위가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C은행 관계자는 “고위험 파생상품은 많이 팔수록 향후 분쟁·제재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부담이 크다”며 “ELS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예전처럼 창구 전반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구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LD·ETF 등 대체 상품 안착…‘영구 철수’ 시나리오 힘 실리나


그 사이 은행들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D)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비이자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한 점도 ELS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ELS 없이도 수수료 수익을 어느 정도 보전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고객의 인식 자체가 악화돼 상품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D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판매 중단 이후 ELD·ETF 등 대체 상품 판매가 활발해 ELS 재개를 서두를 유인이 떨어진다”며 “고객들도 한 상품에 집중하기보다 분산 투자하는 쪽으로 시각이 많이 바뀌어 예전처럼 ELS에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실을 직접 경험한 고객들은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권유해도 불신 때문에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아예 사업을 접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라리 ELS 사업을 접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내부에서 공공연히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과징금이 한 번 나왔다는 건, 앞으로 비슷한 상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더 강한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신호”라며 “사업 철수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분위기는 ‘어떻게 다시 키울지’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할지’에 더 가깝다”고 했다.

은행권은 당분간 당국의 최종 가이드라인과 금융위원회 제재심의위의 최종 결정을 주시하며 판매 재개 여부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위험 상품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규제 환경, 대체 상품 확산 추세를 감안할 때, 은행들이 과거의 판매 전략으로 회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기적으로 ELS 사업이 ‘축소·철수’ 쪽에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프로필 사진
최은희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