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전투도 물류도 ‘사람 없이’… K-자율운항, 해양 패권 정조준

전투도 물류도 ‘사람 없이’… K-자율운항, 해양 패권 정조준

승인 2026-06-09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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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커스의 자율운항스시템이 설치된 레저용 보트 사진. 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스시템이 설치된 레저용 보트 사진. HD현대
현대 해전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함정의 생존성과 전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전력 구축이 업계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양 AX(AI 전환) 바람이 민간 해운·물류 분야를 넘어 방산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민간에서 개발된 상용 AI 기술이 물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무인 함정의 핵심 두뇌로 활용되면서 기술 패권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운반선(PCTC)의 완전자율운항 시대를 대비해 선사들이 원격운항 기술 실증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해상 물류 패권 장악을 위한 AI 전선이 형성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Posidonia) 2026’에서 선박관리 자회사 지마린서비스,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기업 아비커스, 한국선급과 함께 ‘PCTC 원격운항제어 개념 개발 및 검증을 위한 4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의 항해지원시스템 ‘하이나스(HiNAS)‘ 실행 화면.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의 항해지원시스템 ‘하이나스(HiNAS)‘ 실행 화면. 현대중공업 제공
주목할 점은 민간 상선용 자율운항 기술이 방산 무인화의 핵심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원격운항(Level 2) 실증에 도입하는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은 선박 내 항해 장비와 센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최적 항로를 제시하고 충돌 회피를 지원한다. 상용 기술이 선박의 기본 항해와 안전을 책임지고, 그 위에 전투 특화 AI를 결합해 무인 함정의 두뇌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HD현대는 상업용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전장용 선박을 개발하는 ‘자율 무인화·글로벌 AI 동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미국 국방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무인 자율 드론 배치 프로젝트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Replicator initiative)’의 핵심 파트너 안두릴과 손을 잡았다. 하이나스 컨트롤 기반 위에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소프트웨어 ‘래티스(Lattice OS)’를 결합해, 인간이 정의한 목표에 따라 스스로 교전하는 ‘고도 자율화 단계’의 무인 함정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HD현대는 해군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사업’을 수주했으며, 안두릴과 함께 자율 무인수상함(ASV) 시제함 건조를 진행 중이다. 올해 완성을 목표로 울산에서 건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SAS 2026’ 전시회에서 첨단 무인잠수정(UUV)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수중 영역까지 무인화 기술 적용 범위를 넓혔다.

해양 방산의 또 다른 축인 한화오션은 무인화보다는 함정의 두뇌를 고도화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에 AI 기반 상태 진단 기술을 적용해 유지·보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정비(CBM+)’와 ‘스마트함교’ 전략이 핵심이다.

한화오션은 건조 중인 수상함 울산급 Batch-IV에 핵심 장비의 상태 건전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CBM+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잠수함 장보고-III Batch-II에는 AI 기반 상태 진단과 고장 예지 기술을 국내 잠수함 최초로 탑재해 정비 시점을 예측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증강현실(AR)과 AI를 접목한 항해보조 기술인 ‘스마트함교’도 최초 적용해 유인 함정 승조원의 인지 부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향후 KDDX 등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 국방부의 군수 혁신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미 국방부는 무기체계 가동률 향상과 획기적인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위해 군수 혁신 지침(DoDI 4151.22)에 따라 전 군에 CBM+ 도입을 강제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선제적인 CBM+ 기술 적용은 단순한 정비 효율화를 넘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미국의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표준을 선도적으로 충족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미 해군의 까다로운 군수 데이터 연동 요구를 선제적으로 맞춤으로써 글로벌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CBM+ 기술은 미 정부 및 해군에 MRO 사업 따낼 때 우리만의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면서 “향후 군 데이터 보안 접근이 가능한 선에서 연구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 AI 기술이 방산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배경에는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와 같은 상용 위성통신과 민간 부품을 결합해 무인 수상정 ‘마구라(MAGURA) V5’를 독자 개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무인 수상정을 활용해 러시아 흑해 함대 함정의 40%를 무력화하는 데 활용되며 전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국방부도 최첨단 민간 기술을 신속히 군사력으로 연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디지털 및 인공지능 총괄실(CDAO)과 국방혁신단(DIU) 주도로 약 1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AI 신속대응능력팀(AI RCC)’을 본격 가동했다. 기존의 느린 방산 조달 절차를 건너뛰고, 민간 빅테크의 혁신 기술을 연합 합동 다영역 지휘통제(CJADC2) 및 대규모 무인 체계에 신속히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양 AI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방산 조달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미래 해상 물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경험을 축적해 향후 완전자율운항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운영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면서 “안전성과 운항 효율, 운영의 예측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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