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김광일 보증’ 뒤 숨은 MBK...홈플러스 회생 진짜 쟁점은

‘김광일 보증’ 뒤 숨은 MBK...홈플러스 회생 진짜 쟁점은

메리츠 “MBK·김병주 실질 책임 분담 필요”…개인보증 거부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사용처 두고 ‘채권자 vs MBK’ 충돌
“공익채권 확대 땐 기존 채권자 회수재원 축소” 유한책임 한계론

승인 2026-05-28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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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폐점한 동대문구 홈플러스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지난해 말 폐점한 동대문구 홈플러스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홈플러스 회생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 ‘메리츠의 브릿지론 지원 여부’에서 ‘MBK파트너스의 책임 분담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신규 자금 지원 조건으로 MBK와 경영진의 연대보증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MBK 측은 이미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며 추가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메리츠금융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1206억원)을 기초로 한 브릿지론 지원을 재차 요청하면서 김광일 공동대표(MBK 부회장) 개인의 이행보증을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츠 측은 “관리인 개인 보증만으로는 실질 지배주주의 책임 분담 장치가 부족하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의 이 같은 요구를 단순 담보 확보를 넘어 대주주의 실질 책임을 요구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는 홈플러스를 지배하는 최종 의사결정 주체이자 투자 책임자다. 반면 김광일 부회장은 펀드를 집행·관리하는 전문경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 보증만으로는 실질 책임 주체가 빠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의 통제권을 쥔 주체는 MBK 법인인데 책임은 개인에게 집중되는 형태”라며 “법인 및 실질 주주의 책임 보증 없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시장에서 대주주의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측은 과도한 책임론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생절차 개시 이후 대주주인 MBK는 기존 보통주 2조5000억원을 전액 무상소각하기로 했으며 현재까지 단 1원의 투자금도 회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대주주로서 대규모 자본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 브릿지론은 급여·협력사 대금 등 필수 운영비용을 지원해 기업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구조”라며 “메리츠에만 일방적 이익이 돌아가는 거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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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사용처 두고 ‘채권자 vs MBK’ 충돌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1206억원의 사용처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6월 말 매각대금 유입 시 메리츠 브릿지론을 우선 상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채권자 단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자산을 매각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대금은 채무 변제에 사용돼야 한다”며 “최소한 일부라도 피해자 보호계정을 만들어 전단채·CP 보유자 같은 후순위 채권자 변제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일회계법인 실사와 회사 측 계획 등을 보면 수천억원대 운영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만큼, 대주주인 MBK가 추가 자본 부담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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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메리츠타워 입구. 메리츠금융 제공.

“공익채권 확대 땐 기존 채권자 회수재원 축소” 유한책임 한계론

회생절차 특성상 신규 브릿지론이 공익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익채권은 기존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만큼, 신규 자금이 늘어날수록 기존 채권자들의 회수 가능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메리츠 측 역시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해 MBK 측의 책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대주주의 책임 장치 없이 추가 대출을 실행할 경우 다른 채권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배임 논란과 주주 설득 문제를 고려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가격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한때 시장에서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 기대가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최종 매각가는 1206억원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NS홈쇼핑이 일부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단순 현금 유입 규모만으로 저가 매각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매각대금 전액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채권자 이익 침해 소지가 있다”며 “채권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배분 구조 없이 추가 브릿지론만 추진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와 법원이 메리츠의 자금 지원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MBK의 실질적 자본 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최소 3000억~6000억원 수준의 신규 자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을 제외한 부족 자금은 대주주인 MBK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사모펀드의 유한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과거 투자 손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회생절차 과정에서 신규 자금 투입이나 법인 보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 역시 시장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향후 회생계획안 심사 과정에서도 대주주의 실질 책임 분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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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경제부 임성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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