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노사는 지난 21일 2026년 임단협 4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 총액 8% 인상 △임금 삭감 없는 주35시간 근무제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 3.0%안을 제시하며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불안의 진원지, 그 배경은…
불안의 배경에는 최근 LG유플러스의 체질 개선 작업에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만 5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전체 직원의 약 5.7%, 600여명 규모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관련 일회성 비용은 약 1500억원이다.
2026년 조직개편도 불안을 키웠다. LG유플러스는 2026년 조직개편에서 AX 사업 성과 확대와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조직을 재편했다. 올해 초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을 위한 ‘NW AX그룹‘을 신설하고 전사 조직을 AI 전환(AX) 구조로 재편했다. 지난해에는 AI 경영시스템 국제 표준인증(ISO/IEC 42001)도 취득했다.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지난 7일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통신 본업의 수익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고객센터와 영업점에 인공지능전환(AX)을 속도감 있게 도입해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구조적 체질 개선에 이어 올해에 고정비 절감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고용 불안으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업무를 돕는 수준을 넘어 인력 배치와 업무량, 평가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센터와 콜센터는 AI 자동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분야로 꼽힌다. AI 챗봇과 음성봇이 단순 문의를 처리하고, 상담 내용을 요약하거나 응대 방식을 추천하는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상담 인력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열어준 ‘여지’
이에 ‘AI 도입 6개월 전 노사 합의 의무화’와 ‘기술 도입을 이유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를 요구안에 담았다. AI 기술이 도입되기 6개월 전에 노사가 협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요구다.
법·제도 환경도 노조 요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포함한다. 과거에는 구조조정, 조직개편, 신기술 도입 등은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면 노사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법적 해석에는 여지가 있다. 개정 조항이 곧바로 모든 AI 도입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도입이 실제로 인력 감축, 배치전환, 업무 평가,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연구에서도 개정법만으로 교섭의무 성립 요건과 시점이 명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해석을 통한 보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도 AI 딜레마, SKT는 해킹 수습에 집중
KT도 같은 딜레마를 피하기 어렵다. KT 노사는 6월 중 2026년 임단협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KT노조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단체교섭 전담반을 운영했다. 이번 교섭은 박윤영 대표 취임 후 첫 임단협이다. 전담반은 노동계 동향과 타사 협상 사례를 분석하며 요구안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AI 조항이 KT 임단협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수습에 임단협이 가려진 모습이다. 하지만 통신사 AI 전환이 멈추지 않는 한, 노조의 ‘AI 합의 요구’는 통신3사 임단협의 공통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AI 전환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 도입 권한과 노동자의 고용 안정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I가 단순 업무 보조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력 배치, 상담 품질 평가, 업무량 관리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근로조건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도입은 경영 효율화의 필수 과제지만, 노동자의 업무 범위와 고용 지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이라며 “기술 도입 속도와 노동권 보호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