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각 사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3월 말 기준 29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27조9445억원에서 1분기 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KB증권의 랩어카운트 잔고도 같은 기간 7조6263억원에서 8조5889억원으로 1조원 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주식형 상품이 1조5807억원으로 급증했다. 중소형사 가운데 랩어카운트 강자로 꼽히는 유안타증권의 잔고도 2조2448억원에서 2조4105억원으로 증가했다.
‘돌려막기’ 후폭풍 딛고 다시 서는 랩 시장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가 자산 구성부터 운용, 자문까지 통합 관리해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고객 입장에선 여러 펀드나 개별 종목을 일일이 고를 필요 없이 증권사와 한 번 계약만 하면, 전문가가 설계한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내 계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운용 방식에 따라 증권사가 직접 굴리는 ‘일임형’과 외부 자문사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자문형’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증권사의 고유한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한 일임형 투자 랩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랩어카운트 시장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이 심화되던 당시, 일부 증권사가 채권형 랩의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고객 계좌 간 자산을 비싼 가격에 서로 사고파는 이른바 ‘돌려막기’(불법 자전거래) 관행을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를 포함한 9개사가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나 기관경고 등 제재를 받았다. 신뢰가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채권형 랩에서도 자금 이탈이 이어졌고, 랩어카운트 시장 전반이 위축 국면을 겪었다. 다만 이 시기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손질하고, ‘채권형 랩’ 위주에서 ‘주식·투자형 랩’ 중심으로 운용 체계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증시 랠리에 랩어카운트도 ‘훈풍’
한동안 3000선 안팎에 머물던 코스피가 지난해 말부터 단기 급등세를 보이며 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8000선 턱밑까지 치고 오르자 랩어카운트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증시 활황에 더해 각 증권사의 운용 전략에 따라 투자 성향이 맞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선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맏형인 미래에셋증권은 징계 국면에서도 27조원 안팎의 랩 잔고를 유지하며 시장 지위를 지켰다. 서학개미 수요에 맞춰 미국 빅테크와 고배당주를 결합한 ‘글로벌 테마 랩’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상품 구성을 다변화한 점이 특징이다. 퇴직연금 계좌 내 랩 운용을 늘리는 등 장기 투자 자산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특정 국가·섹터·종목의 이익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는 액티브 운용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동원 본부장 등 인지도가 높은 운용역 이름을 내건 ‘글로벌 랩’ 시리즈가 꾸준히 설정액을 늘리면서 랩어카운트 비중이 큰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랩어카운트 시장의 또 다른 흐름은 ‘초개인화’다. 과거에는 수억 원대 자산가 위주의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비대면 가입 확대와 AI 알고리즘 도입으로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소액으로도 투자 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랩 시장이 일부 금리형 상품의 ‘수익률 보장’ 관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지금은 운용 실력과 리스크 관리 체계로 평가받는 분위기”라며 “반도체나 AI처럼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빠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수록 전문가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랩어카운트 시장은 각 상품의 실적에 따라 자금이 옮겨가는, 선별적인 확장 국면”이라며 “무엇보다 운용역이 장기적으로 일관된 성과를 내왔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 가입 시 단기 수익률보다는 연평균 수익률 등 복리 효과를 얼마나 꾸준히 쌓아왔는지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