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20년 묵은 빚” 상록수 손절 나선 금융권…대통령 한마디에 채권 정리 급물살

“20년 묵은 빚” 상록수 손절 나선 금융권…대통령 한마디에 채권 정리 급물살

승인 2026-05-12 16:15:23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사들이 ‘상록수’ 손절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만들어진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채권 추심을 “약탈적 금융”이라고 직격한 뒤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은행이 잇따라 상록수 보유 채권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넘기기로 했다. 다른 주주 금융사들도 장기 연체채권 정리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자사 지분 30%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상록수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카드는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여있던 고객들의 재도약을 지원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포용 금융의 가치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회복과 재기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나은행도 상록수 보유 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상록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상록수는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10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만든 유동화전문회사(SPC)다. 현재 신한카드가 3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하나은행·IBK기업은행·우리카드는 각각 10%, KB국민은행은 5.3%, KB국민카드는 4.7%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업체 3곳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논란은 상록수가 20년 넘은 장기 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해왔다는 점에서 커졌다. 이 과정에서 주주 금융사들이 최근 5년간 약 420억원 규모 배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판이 확산했다.

특히 정부가 취약계층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켰는데도 상록수 채권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새도약기금은 캠코가 협약 금융사들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한 뒤 소각하거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상록수는 해당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고 계속 보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정부 채무조정·빚탕감 조건에 해당하는 약 9만명, 7000억원 규모 연체채권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포용금융 확대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상록수 주주로 남아 있는 다른 금융사들도 채권 정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할 경우 사회적 비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드뱅크다 보니 금융기관들은 오래 보유하지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제도적 틈새 속에서 상록수가 오랫동안 존속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 추심을 하지 않았더라도 차주 입장에서는 20년 넘게 채무 상태가 이어진 것 자체가 상당한 심리적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금융권이 더 일찍 챙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이후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조정과 분할상환이 진행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는 1년 이내 채권이 자동 소각된다.
김미현 기자 프로필 사진
김미현 기자
안녕하세요. 김미현 기자입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