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대통령은 빨리 주라는데…증권사는 왜 ‘T+1’이 껄끄러울까

대통령은 빨리 주라는데…증권사는 왜 ‘T+1’이 껄끄러울까

안전 주머니 ‘이자 수익’ 감소…‘단타 레버리지’도 위축 가능
시간적 여유 줄어 부담…인력·IT 투자 비용↑

승인 2026-04-23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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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임성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결제 주기를 현행 3일(T+2)에서 2일(T+1)로 단축할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투자자 편의와 글로벌 정합성이라는 명분이 힘을 받고 있지만, 정작 결제 실무를 떠안아야 할 증권사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겉으로는 “글로벌 흐름에 공감한다”고 말하지만 속내로는 수익성 악화와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휩싸였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오는 27일부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방문해 ‘주식시장 결제주기 단축(T+1) 현지 실사’에 나선다. 이미 T+1 체제를 도입한 미국·영국 시장의 결제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제도 도입 논의가 실무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전 주머니 ‘이자 수익’ 감소…‘단타 레버리지’도 위축 가능

증권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그동안 누려온 단기 자금 운용 수익의 축소다.

현행 T+2 체제에서 주식 거래는 투자자가 매도 버튼을 누른 뒤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 이틀이 걸린다. 이 기간 증권사 계좌에 머무는 결제 대금과 예수금은 사실상 증권사의 ‘단기 자본’ 역할을 해왔다. 증권사들은 이 거액의 유동성을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콜 론(Call Loan)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넣어 쏠쏠한 이자 수익을 거둬왔다.


최근 투자자예탁금 추이.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1조8172억원에 달한다. 운용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정책금리와 연동된 낮은 금리라도 합치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익이 된다. 결제 주기가 하루로 단축되면 이 운용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하루에 그냥 벌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셈”이라면서 “대형사를 기준으로 보면 연간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안전한 이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테일 부문의 핵심 수익원인 미수거래와 신용융자 구조도 흔들린다. 현행 시스템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증거금만 맞추면 보유 현금 이상의 주식을 살 수 있는 ‘미수거래’를 활용해 레버리지 효과를 키워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사는 데 필요한 전체 매수대금의 일부만 증거금으로 내면, 나머지는 증권사가 먼저 내주고 이틀 뒤 결제일까지 갚는 방식이다. 이틀 뒤 결제일까지 계좌에 돈을 채우지 못하면 미수금이 되고, 이후 반대매매 등 제재가 이어진다. 즉, 이틀이라는 결제 시차는 ‘단타 개미’들에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버퍼인 동시에, 증권사에겐 미수·신용 거래를 통한 이자·연체 수익을 떠받치는 기반이었다.

하지만 결제 주기가 하루로 줄어들면, 오늘 산 주식을 오늘 팔지 못할 경우 당장 다음 날 결제 대금을 채워 넣어야 한다. 자금 동원력이 약한 개인 투자자들로선 ‘외상’을 통한 레버리지 활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20일 기준 1조209억원으로 올 들어 월간기준 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20일 기준 1조209억원으로 올 들어 월간기준 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제 주기가 짧아지면 증권사 입장에선 미수·신용 거래에서 나오는 이자 및 연체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매매가 위축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까지 동반 감소하는 ‘더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적 여유 줄어 부담…인력·IT 투자 비용↑

인적·물적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결제 주기가 단축되면 오차를 수정하거나 결제 불이행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크게 줄어든다. 작은 전산 오류 하나가 곧바로 ‘결제 불이행’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실시간에 가까운 수준으로 IT 인프라를 끌어올려야 한다. 업계에선 전산 시스템 개편(STP 고도화 등)에 필요한 비용만 증권사 한 곳당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운용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결제팀의 24시간 근무제’ 도입도 불가피하다. 특히 외국인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 특성상 미국이나 유럽 등과의 시차를 감안한 환전·헤지 모니터링까지 챙겨야 해 야간 및 새벽 인력 운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영구적인 고정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물론 결제 주기 단축이 중장기적으로는 현금 회전 속도를 높여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을 돕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T+1 도입은 투자자 편의라는 정책 목표와 증권사의 수익 구조·리스크 관리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에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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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경제부 임성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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